산재카르텔 뚜껑 열어보니…변호사‧노무사는 눈감고 브로커는 병원 활보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산재 부정 수급을 강요하고 병원을 안내해 수수료를 가로채거나 명의만 빌려주고 부정 수급을 눈감는 변호사‧노무사 사무실이 고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사례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산재 부정 수급 사례를 적발하고 부정 수급 근절을 위한 TF를 만드는 노력을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고용부’)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지난해 11월1일~12월29일)와 노무법인 점검(지난달 18일~29일)을 통해 노무법인 등을 매개로 한 산재카르텔 의심 정황과 각종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
이번 감사에서 고용부는 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신고시스템을 통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883건을 조사했고, 이 중 486건(55%)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부정수급 적발액은 113억 2500만원이다.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배액징수과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부정 수급 사례를 살펴보면, 산재브로커(사무장) 개입이 의심되는 일부 노무법인은 의료법을 위반해 진단비용 대납과 각종 편의 제공 등을 통해 환자를 특정병원에 소개·유인하고, 불법 영업행위를 통해 기업형으로 연 100여건의 사건을 수임해 환자가 받을 산재보상금의 최대 30%까지 지급받았다.
재해자 A씨는 노무법인이 선택한 병원에서 난청진단을 받고 1500만원을 노무법인에 입금했다. A씨가 집 근처에 병원이 많다고 설명했으나 노무법인은 본인들과 거래하는 병원이라며 노무법인 차량으로 이동을 도와주고 진단‧검사비를 대신 지급했다. 소음청 난청 승인을 받고 공단에서 4800만원이 지급되자 노무법인은 수임료로 30%를 가져갔다.
변호사가 업무처리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산재보상 전 과정을 처리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재해자 B씨는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 수급을 도와주는 곳에서 근골, 난청 등 진단을 받고 수수료 1700만원을 납부했다. B씨는 변호사를 산재소송 과정에서 한번 봤고, 산재 요양 신청과 승인 과정 등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노무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노무법인 업무를 대행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근골‧난청 진단을 받은 재해자 C씨는 노무사로 알고 있던 D씨를 통해 부정 수급을 받고 노무법인에 20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조사 과정에서 D씨는 노무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산재 부정 수급 사례가 증가하면서 연금이 고갈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오면서 고용부는 산재보험을 좀먹는 부조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재보험 부정수급 청산을 통해 미래에 연금이 고갈되는 일을 방지하겠다”며 "현재 산재보험은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증가로 인해 연금부채가 약 55조원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재해자의 93%가 60대 이상 고령층인데, 이 연령대가 증가하면서 산재 신청건수는 2017년(2239건) 대비 지난해(1만4273건) 6.4배 증가했고, 보상급여액은 같은 기간 347억원에서 1818억원으로 5.2배 많아졌다. 현재 산재보험 적립금은 22조원이다.
고용부는 산재 카르텔을 청산하기 위해 '추정의 원칙' 관련 위임근거를 정비하고, 일명 나이롱환자에 대해 표준요양기간 등을 통해 통제를 강화한다. 방만한 병원 운영 등 혁신이 부족한 공단에 대해서는 조직진단 등을 통해 원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더불어 근로복지공단은 부정수급으로 의심되는 4900여건의 사례애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사항들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적극 협조해 산재카르텔과 같은 부조리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엄정히 처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개선 TF’를 통해 다방면의 외부 전문가들과 깊이 있게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산재보험 제도가 산재로 고통받는 근로자에게 치료와 재활을 통해 직장으로 복귀하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산재보험 업무처리를 위해 '부정수급 근절 특별 TF'와 '산재보험 운영 개선 추진단'(TF)을 발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