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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대격변-②

‘시중은행 간판’ 달고 영토 확장...대구은행, 과점 체제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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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2.16 07:31 ㅣ 수정 : 2024.02.16 07:31

금융당국 본인가 거쳐 3월 전환 완료할 듯
관계형·포용금융-핀테크 협업 등 비전 제시
영업 구역 확대 등 사업성 긍정 효과 기대
과점 체제 해소 가능성에는 회의적 목소리

대구·경북 지역 대표 금융사인 DGB금융그룹이 올해 대격변을 맞는다. 6년여 동안 재직한 회장의 용퇴로 새 수장을 맞이하고 핵심 자회사는 전국구 진출에 나선다. DGB금융은 올해 ‘역사적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DGB금융이 당면한 변화와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DGB금융그룹의 최대 경영 현안은 대구은행을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르면 내달 중 금융당국 본인가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내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건 약 32년 만이다. 

 

대구은행은 사명까지 바꿔가며 시중은행 정착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관건은 정책 목표대로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 해소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이뤄낼 수 있는 지다. 시장에선 극명한 체급 차이와 위험 요인 등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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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GB대구은행]

 


■ 대구은행 ‘iM뱅크’로 제6 시중은행 도전장...제시한 비전 보니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대구은행이 제출한 ‘시중은행 전환 본인가 신청서’를 심사하고 있다. 대주주 요건과 사업 계획의 타당성 요건, 임원 요건 등을 심사한 뒤 이르면 3월 중 본인가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 인가 과정을 거치면 1967년 국내 최초 지방은행으로 설립된 대구은행이 전국구 은행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 새 시중은행이 나오는 건 1992년 평화은행(우리은행에 합병) 이후 32년 만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과 함께 ‘6대 시중은행’ 구조로 재편된다. 

 

DGB금융도 그룹 최대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기대가 크며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 소식을 알리면서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라는 새로운 비전도 제시했다. 지방은행의 장점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구은행은 전국 중신용 중소기업에 대한 관계형 금융과 중·저신용자 대상 포용금융,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 공급 등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디지털을 통해 금리 경쟁력을 갖추고 핀테크(금융+IT)와의 협업도 늘려갈 방침이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라 영업점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전국구 은행으로 각인하기 위해 사명도 ‘iM뱅크’로 바꿀 계획이다. 단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iM뱅크와 함께 대구은행 상표를 병기해 쓰기로 했다. 은행 본점 역시 대구 수성구에 그대로 둔다. 

 

특히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시 그동안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디스카운트(저평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달금리 산정이나 기업가치 평가에서 받았던 불리함을 극복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란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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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 시장 관심은 ‘정착’ 여부...“경쟁력 제고 유효, 과점 깨기는 글쎄”


 

시장에선 내달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정식 전환되더라도 단기간 내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변경된 사명을 전국 고객에 각인시키는 시간이 필요한 데다 비용·인력 측면에서 봤을 때 영업점 확대도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전환이 대구은행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영업 구역 제한 해소로 이익 창출 기반이 다양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소재인 그룹 내 비(非)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구현도 용이할 것으로 대구은행은 보고 있다. 

 

대구은행이 핀테크와의 제휴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비대면 금융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을 갖추겠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원도 영업을 하는 직업인데 더 다양하고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양적 성장을 하기 유리해지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구은행 같은 경우는 기존 지역 고객들의 이탈 없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게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면 영업점을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 타 지방은행의 영업권까지 확장할 수 있다”며 “조달금리 하락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성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인 ‘과점 깨기’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구은행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압도적 체급 차이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는 5대 시중은행 체제에 균열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약 77조원인데 국민은행(약 619조원)과 비교했을 때 8분의 1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규모가 작은 농협은행도 총자산이 약 458조원에 달한다. 거의 대구은행 6개를 합쳐놓은 규모와 비슷하다.

 

지난해 9월 기준 말 5대 시중은행의 여·수신 점유율은 각각 74%, 62%에 달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강하다. 나머지를 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등이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은행 정체성이 시중은행으로 바뀌더라도 혼자 판을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방은행이 지역에서 강할 수 있었던 ‘밀착형 금융’ 효과가 수도권에서 발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대구은행은 중신용 중소기업에 대한 관계형 금융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대출 부실화에 따른 자산 건전성 악화가 따라 붙을 우려도 있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지역 조선소나 공단에 있는 기업 같은 경우 지방은행과의 거래 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상환 예측성, 유동성 현황 같은 걸 대략적으로는 파악할 수 있다”며 “지역이 아닌 곳에서 신규 고객을 모으는 게 일단 쉽지 않고, 주거래 은행을 바꾸게 할 만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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