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단상(物流斷想): 성큼 다가온 ‘AI 물류시대’의 현장 이야기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겸직교수] 고작 1년 전의 기억이다. 챗GPT 출시 몇 달 뒤에 새롭게 바뀔 AI 플랫폼하에서 물류에는 어떤 영향과 변화가 있을지를 토론하는 전문가 워크숍이었다.
마케팅과 같이 챗GPT의 영향이 쉽게 예측되는 분야와는 달리 물류는 분명한 영향은 있겠지만 당장 구체적인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당시 결론이었다.
1년이 지난 최근 GPT-4.0과 테슬라의 옵티머스로 체감하는 AI의 발전 속도는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현재 AI 물류의 모습은 어떨까? 지난달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외국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구현사례를 들어보니 물류에 적용된 다양한 구체적인 사례가 상당수 있어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호주 농림부의 수입품 바이오 안전검사 위한 AI 적용
매년 호주에는 1억개의 화물 컨테이너가 도착하고, 컨테이너당 15개에서 많게는 100개의 통관 관련 문서를 검토한다. 문서는 14가지 다른 문서 유형이 있으며, 각 유형별로 수백가지의 변형이 존재한다. 바이오 안전 담당자 교육에만 6개월이 걸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유사하지만, 호주로 수입된 1천 호주달러 이하의 상품(연간 7백만 건)은 자체 평가 통관 신고서로 처리된다.
바이오 안전 담당자는 수입 상품과 관련된 위험을 평가하고 고위험 패키지를 검사해야 하는데, 이들 저가 물품 신고를 수동으로 검토하고, 고위험 항목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30명의 정규직 직원이 필요했으나, AI엔진을 통한 프로세스 자동화로 처리 시간이 80% 감소했으며, 현재는 3명이 AI 대시보드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역할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이런 운영 효율 향상보다 더 중요한 효과는 처리 일관성과 정확도가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로봇공정자동화(RPA), 광학 문자인식(OCR)과 같은 현재 기술이 미흡한 이유는 RPA는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AI모델처럼 다양한 문서 유형에서의 복잡한 비정형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인지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AI가 대규모의 데이터와 문서의 양에 직면한 복잡한 정부 프로세스 자동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례이다.
• 물류비 송장 검증 및 지불승인 자동화
필자의 삼성 재직 당시 삼성전자 해외법인의 고충 중의 하나는 다양한 물류업체(운송-해상/항공/육상, 창고, 통관 등)에서 보내오는 다수의 지불청구를 위한 송장(인보이스)을 검증하고 지불을 승인하는 과정의 번거로움이었다.
관리담당이 처리해야 하는 인보이스의 80% 이상이 물류관련 청구 인보이스라 할 정도로 양적 부담이 큰 작업인데, 중복지급이나 오류지급의 경우 추후 본사의 감사에 시달려야 하는 실무에서는 간과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 물류 인보이스 검증 및 지불 승인 과정 >
계약(contract) 및 요율(tariff) 같은 물류관련 재무 데이터를 이해하고, 송장접수에서부터 조정(reconciliation), 그리고 회계 지불 절차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이 이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조적 또는 비구조적인 것과 관계없는 모든 종류의 문서 데이터를 인식 분류하며, 회계 담당자의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송장 내용 검토와 금액에 대한 조정 작업도 매우 짧은 시간에 처리 가능하다.
물론 담당자에 관련 과정을 교육할 필요도 없다. 기존 ERP와 같은 레거시 시스템과 통합도 쉬워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국내외 사업장이 많아 본사의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은 있으나 높은 비용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향후 AI의 지원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사적 물류비 거버넌스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 응급서비스 실시간 즉각적 통신, 물류현장 도입 검토해야 할 시점
응급서비스(경찰, 소방, 구급) 분야에서는 모든 것이 실시간이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긴급하다. 선진화된 AI의 음성문자변환(STT, Speech-to-Text) 엔진을 통해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즉각적이고 정확하게 발화 내용을 분류하는 게 가능하다.
AI가 응급 작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누락하지 않고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응급서비스에 적절한 지원이 진행되도록 보장하고, 현장 지원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경보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또한, 현장의 경찰관이나 응급직원을 추적하기 위해 GPS 위치데이터도 제공한다.
필자의 경험상 응급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콜 응대 상황에서도 생성형 AI기술을 통한 콜 대응 및 업무처리는 24시간 고객 대응이 필요한 물류현장의 성격상 도입이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란 판단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