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새 회장 맞는다...최우선 과제는 ‘성장성 제고’
대구·경북 지역 대표 금융사인 DGB금융그룹이 올해 대격변을 맞는다. 6년여 동안 재직한 회장의 용퇴로 새 수장을 맞이하고 핵심 자회사는 전국구 진출에 나선다. DGB금융은 올해 ‘역사적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DGB금융이 당면한 변화와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지난 12일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인 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용퇴 의사를 전했다. 김 회장은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역동적인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DGB금융은 2018년 5월 취임한 김 회장이 떠나고 거의 6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하는 만큼 적지 않은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과 그동안의 양적 성장 등을 극대화할 적임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차기 회장 후보 3인 압축...회추위는 ‘공정·투명성’ 강조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전일 차기 회장 숏리스트(2차 후보군)에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김옥찬 전 KB금융그룹 사장, 황병우 현 DGB대구은행장(가나다 순)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DGB금융 차기 회장 경쟁은 외부 출신 2인(권광석·김옥찬)과 내부 출신 1인(황병우)의 3파전 구도로 전개된다. 당초 금융권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온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은 숏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권 전 행장은 1988년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한 후 우리금융그룹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 상무, IB그룹장,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쳤다.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이동했다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김 전 사장은 1982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재무관리본부장, 재무관리 부행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은행장 직무대행을 거친 뒤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이동했다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KB금융 사장을 지냈다.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홈앤쇼핑 대표를 맡기도 했다.
황 행장은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한 후 경영컨설팅센터장, 은행장 비서실장, 그룹 ESG전략경영연구소장, 그룹 전무를 거쳐 지난해 1월 대구은행장에 취임했다. 이번 DGB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 3인 중에선 유일한 내부 출신이다.
DGB금융 회추위는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사업 계획 및 비전 발표, CEO급 외부 전문가와의 1:1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최종 후보자를 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는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DGB금융 회장으로 취임한다.
DGB금융 회추위는 이번 차기 회장 선임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우고 있다. 외부전문기관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후보자 추천 전(全) 과정을 단계별로 체계화해 객관적이고 세밀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검증 방식을 다양화·고도화했다고 강조한다.
이는 주요 금융그룹 승계 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선 요구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례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김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기 전 ‘연령 제한’ 손질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룰을 깨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용호 DGB금융 회추위원장은 “국내 최초로 핵심인재 육성(HIPO) 프로그램을 도입해 대구은행장을 성공적으로 선임한 경험이 회장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이번 프로그램 또한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만큼 공정성·투명성·독립성을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경영 승계 모범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 차기 회장 최우선 과제는 ‘성장성 제고’...내부통제도 강화해야
오는 3월부터 DGB금융을 이끌 차기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성장 동력 확보다. 특히 대내외 환경 변화로 요동치는 실적 지표를 안정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비롯해 증권·생명·캐피탈 등 비(非)은행 계열사들의 경쟁력 제고가 요구된다.
DGB금융의 연도별 당기순이익은 △2018년 3614억원 △2019년 2810억원 △2020년 3422억원 △2021년 5031억원 △2022년 4016억원 △2023년 3878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2021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후 점차 둔화해 지난해에는 2018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실적만 놓고 봤을 때 DGB금융은 BNK금융·JB금융을 비롯한 3대 지방 금융그룹 중 가장 작은 순이익 감소폭을 보이며 선방했지만 여전히 속사정은 복잡하다. 은행 계열사의 수익성 둔화와 건전성 악화 뿐 아니라 증권·캐피탈 계열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손충당금 압박 등이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지방 소재 금융사 영업과 직결된 지역경제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점은 큰 부담 요소다. 특히 디지털 전환 흐름에 지역간 물리적 금융 장벽이 깨지고 있는 현상 역시 지방 금융그룹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그룹 차원의 경쟁력 강화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번 DGB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오른 3인 모두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꼽힌다. 지방금융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이 유리할 것이란 평가와 전국구 영업 노하우를 갖춘 외부 출신이 우세할 것이란 평가가 공존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계나 기업 모두 건전한 우량차주를 확보하는 건데 경기가 워낙 안 좋고 경쟁도 치열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지역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영업 확대 전략을 내세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은행의 ‘불법 증권계좌 개설’ 사태가 불러온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도 DGB금융 차기 회장의 과제로 지목된다. 대구은행은 올해 새로운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수립하며 재정비에 나섰는데, 오는 3월 새 회장이 취임한 이후 조직 개편 등 그룹 차원의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DGB금융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내부통제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금융당국이 제시한 내부통제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