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고용 창출과 국가 기여할 기회 줘야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AI(인공지능) 혁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자체개발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반 ‘갤럭시 S24’는 우리 일상을 180도 바꿔놓을 모바일 AI 미래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온디바이스 AI 필수요소인 고(高)성능·고용량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반도체 핵심 기술을 발판 삼아 AI 시대를 주도하는 중대국면을 맞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 사업의 '쌍두마차'인 DX(모바일·TV·가전)와 DS(반도체) 미래 전략은 모두 AI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삼성전자를 만들어낸 고(故)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신화’에 이어 이재용 회장이 AI로 '뉴(New)삼성 신화'를 탄생시켜야 할 중대시점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 회장 앞에는 ‘사법리스크’ 라는 '높은 벽'이 놓여 있다. 총수가 주도하는 공격경영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AI 산업 전환기를 맞아 이 회장이 또다시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삼성전자는 물론 국가 첨단기술 확보에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뉴스투데이는 AI로 새로운 성장과 재도약을 노리는 삼성전자에게 드리운 그림자인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를 짚어보기 위해 3회에 걸친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난 3년여 간 숨 가쁘게 진행돼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 승계’ 의혹 1심 판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검찰은 2020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 회장을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검찰 양측은 이 회장 유무죄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삼성전자는 회사 존속과 성장을 위한 의도였고 사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이 회장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회장이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실질적으로 이익이 귀속된 점 등을 근거로 양사 합병이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부당한 의도였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재판 예상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 삼성 주장대로 무죄가 선고되거나 두 번째 검찰 주장대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다.
여론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는 3번째 시나리오는 '3·5법칙'에 따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다. 이는 이 회장을 둘러싼 혐의가 인정되지만 처벌을 하지 않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이회장은 만약 무죄가 어렵다면 최소 집행유예라도 선고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비록 이 회장에 대한 혐의를 인정해 달가운 상황은 아니지만 집행유예는 법적으로 경영활동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재판을 통해 총수 부재에 따른 치명적인 ‘경영 리스크’를 이미 학습한 경험이 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혐의와 관련해 2021년 1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는 복역 기간 동안 경영에 관여하지 못했다. 그는 이듬해 8월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된 이후에도 취업제한명령으로 실질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웠다.
지금과 같은 경영환경 속에서 이 회장 활동 제약은 삼성전자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인 반도체 사업이 글로벌 시장 불황과 메모리 반도체 재고 조정, 가격하락 등으로 실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2년 매출액이 300조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16% 줄어 위기감을 부추겼다.
이와 함께 반도체 시황이 2023년 악화되면서 매출은 2022년 대비 14.3%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84.9% 줄었다.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액만도 2조18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황과 IT(정보기술)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2024년에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반등 전략의 핵심은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AI(인공지능)’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추세에 적극 대응하고 AI 탑재 제품을 경쟁업체에 비해 먼저 내놓은 경영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에 있는 SAP센터에서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행사를 열어 세계 최초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며 반등의 방아쇠를 당겼다.
갤럭시 S24에는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기술에 업계 리더들과 협력해 얻어낸 첨단기술 집약체인 모바일 AI 경험 ‘갤럭시 AI’가 탑재됐다. 이에 따라 통화부터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언어 장벽을 무너뜨린 새롭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경험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개막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도 호재다.
온디바이스 AI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이며 AI반도체 성능은 고(高)대역폭메모리(HBM) 영향을 크게 받는다. HBM은 반도체 공급사의 미래 먹거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점유율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업계 최고 수준의 HBM 생산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증설해 생산량을 최소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최대 생산량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월 2만5000장에서 2024년 4분기 월 15만~17만장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AI 산업 전환기를 맞아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잡으려면 적절한 시점에 대규모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M&A) 등이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하이 리스크(High Risk: 고위험)’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총수인 이 회장이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7년 이 회장 주도로 자동차 전기·전자장비(전장) 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했다. 이후 이 회장이 경영활동 제약을 받는 동안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전혀 없었다. M&A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은 없었다.
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다시 한번 대형 M&A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대형 M&A 준비를 착실히 해왔으며 올해는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 부회장이 던진 셈이다. 하지만 이 회장에 유죄가 선고되면 대형 M&A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이번 재판에서 만약 유죄가 선고되면 가장 우려되는 점도 이 대목이다. AI 기술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 회장의 부재는 삼성의 AI 전략 추진에 차질을 주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아닌 국내 미래성장동력 확보에도 위기라는 얘기다. 이 회장 역시 자신 부재로 인한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기업인으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결심 공판에서 “지금 세계적으로 누구도 예상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한국은 그 한 가운데 있다”며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미쳐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혁신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래전부터 사업 성격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인수합병을 통해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먼저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이러한 취지였음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삼성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정도경영을 하겠다며 현재 미래전략실를 없애고 준법감시위원회를 가동 중”이라며 “정도경영을 통해 반도체 실적을 올리고 고용을 창출하며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 하는 것이 삼성과 이재용 회장에게 주어진 중대과제”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