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서울대 교수 "로봇산업, 中 인해전술에 밀려...정책적 지원 필요"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한국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소비자와 관련 협회, 정부를 포함한 국가적 지원이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의 경우 한국의 30배가 넘는 전담 연구인력을 투입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진 서울대학교 힝공우주공학과 교수는 1일 한국생산성본부(KPC)가 롯데호텔 서울에서 진행한 '2024 KPC CEO 북클럽' 강연에서 '환경적응적 지능 로봇'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학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기계공학과 석‧박사를 취득한 뒤 2004년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후 20여년 간 기계항공 공학자로서 인공지능 로봇과 자율비행 드론을 연구해 왔다. 김 교수는 '그랜드퀘스트 2024'의 공동 저자이며 최근 KSAS-금곡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로봇 공학자들이 고민하는 부분과 앞으로 로봇이 일상생활에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장 먼저는 로봇의 정의에 대해 소개했다. 김 교수는 "넓은 의미에서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컴퓨터를 가진 기계로 해석한다"면서 "일을 스스로 한다는 것은 상황정보를 인지(센스. Sense)한 뒤 인지한 상황을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리즌. Reason)해 그에 맞는 행동(액트. Act)할 수 있는 기계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로봇이 주변의 사람과 호흡을 맞춰 일할 수 있는 기능이 진정한 로봇의 의미로 발전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 개인형 모빌리티와 목소리에 반응하는 AI스피커도 넓은 의미에서 로봇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저는 물리적인 액션이 없는 것은 로봇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서 "로봇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 3D 업종 중심으로 로봇 활용 확대될 것
김 교수는 로봇의 주요 활용기대 방안으로 3D 업종을 꼽았다. 사람들이 꺼리거나 힘들어하는 지저분하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동물을 도살하는 등 사람의 가치를 낮추는(Demeaning) 것 같은 일도 로봇으로 자동화해 경제적‧사회적으로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열악한 상황에서 사람이 직접 하고 있는 위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면 로봇학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 예로 김 교수는 자신이 진행 중인 연구의 동기가 된 올림픽대교를 설명했다. 올림픽대교 건설 과정에서 성화 모형의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해 군용 헬기를 조종하던 군인 두 명이 사고로 숨졌는데, 이 같은 작업을 드론을 통해서 할 수 있다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 공장의 로봇 도입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반도체 등 공장이 많은 만큼 로봇의 도입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청소, 서빙 등 현실화가 비교적 쉬운 서비스 로봇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출산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로봇이 노동시장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봇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조달이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한국의 로봇산업 순위는 세계 5위 정도"라며 "일본, 독일, 미국, 중국 등 로봇산업 강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모터 같은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그 외 다양한 부품은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자체 조달능력이 약하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인력의 열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로봇 청소기 분야의 경우 중국은 1000명 이상의 전담 연구원이 투입되고 있는데 한국 가전 기업의 경우 30명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로봇 분야, 특히 R&D 분야에서 중국의 인해전술에 국내 기업이 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비용' 문제로 AI 기술 로봇 적용에는 아직 한계
AI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AI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로봇에 적용하기에는 비싸다"면서 "하드웨어도 비싼데 딥러닝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로봇이 고장날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라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사과를 잘 깎는 로봇이 배도 잘 깎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현재의 딥러닝은 AI가 복잡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라이프롱(Life-long) 러닝'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금의 AI알고리즘은 새로운 것을 배우면 이전의 것을 잊어버리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로봇학계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튼튼한 소재, 생물체에서 영감을 받은 효율적인 로봇 개발, 여러 대의 로봇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기술, 낮선 공간에서도 스스로 잘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기술, AI 기술의 접목 등을 로봇학계에서 연구 중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로봇학계에서는 더 스마트하고 환경적응적인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로봇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국내산 로봇 제품 구매와 더불어 정부와 관련 협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