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반(反) 쿠팡 연대’ 기류변화, LG생활건강 손잡고 11번가 등지고
반 쿠팡 연대 늘어나자 LG생활건강에 화해 시도
11번가, 수수료 표시광고 위반으로 쿠팡 공정위 고발
CJ그룹과 쿠팡의 깊은 갈등의 골, 풀릴 기미 없어
“성장 위해선 반 쿠팡 연대와 손잡아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반(反)쿠팡 연대’에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립각에 서있던 ‘LG생활건강’이 쿠팡과 극적으로 화해에 성공한 가운데,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새롭게 연대에 합류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반쿠팡 연대’의 중심 축에 서있던 LG생활건강이 4년 9개월만에 쿠팡과 직거래를 재개한다.
양사의 갈등은 LG생활건강이 지난 2019년 9월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쿠팡이 유통사라는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인상하도록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쿠팡이 먼저 LG생활건강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쿠팡과 갈등을 겪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반 쿠팡 연대’가 견고해지고 있다”이라며 “그 와중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 만큼, LG생활건강과 손잡고 상품 구색을 늘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는 표시광고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하며 연대에 합류했다.
논란은 한 언론 매체가 “쿠팡이 판매자로부터 수수료 45%를 떼어간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쿠팡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해당 보도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뒷받침 자료로 ‘오픈마켓 최대 판매 수수료 비교표’를 공개했다.
쿠팡이 공개한 ‘오픈마켓 최대 판매 수수료 비교표’에 따르면 △쿠팡은 10.9% △11번가는 20% △신세계(G마켓·옥션)은 15%의 최대 판매 수수료 등을 부과하고 있다.
11번가는 이러한 쿠팡의 행위가 자사 판매 수수료율을 왜곡했다고 판단해 공정위 신고를 결정했다. 명확한 기준이나 객관적 근거 없이 극히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최대 판매 수수료율을 비교해 11번가 전체 판매 수수료율이 과다하게 높은 것처럼 왜곡했다는 설명이다.
‘반쿠팡 연대’에 LG생활건강이 이탈한 가운데, 11번가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쿠팡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여전히 ‘반 쿠팡 연대’에 서있는 CJ그룹과의 관계 개선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양사는 2019년 말 납품가로 갈등을 빚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과도하게 낮은 마진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쿠팡은 “CJ제일제당이 공급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약속 물량의 절반만 공급했다”고 맞섰다. 결국 CJ제일제당은 납품가에 대한 이견으로 쿠팡에 햇반·스팸·비비고 등 주요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양사 갈등은 화장품과 택배, 물류 등으로도 확대됐다. 쿠팡은 지난해 7월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이 화장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9년부터 CJ올리브영이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과는 ‘택배 없는 날(8월 14일)’을 두고 맞붙었다. 택배 없는 날은 택배 업계가 기사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한 공식 휴일이다. 그러나 쿠팡이 지난해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쿠팡은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는 저격성 보도자료를 내면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과 달리 CJ그룹과 쿠팡 간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양사 모두 실적 개선과 성장 동력이 절실한 만큼 협상에 물꼬를 틀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LG생활건강과 다르게 CJ제일제당 뿐만 아니라 CJ올리브영, CJ대한통운 등 그룹 전체로 갈등이 번지고 있다”며 “게다가 쿠팡과 CJ그룹은 사업 영역도 겹치는 만큼 단기간에 손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근 LG생활건강과 직거래를 재개하며 파트너사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쿠팡도 외형 성장을 이어가야 하고 연간 흑자도 앞두고 있어 원만한 합의의 길을 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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