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박희준 기자] 한화그룹 계열 조선사인 한화오션이 최근 잠수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진출을 위해 독일 방산업체 가블러(Gabler Naval Technology.이하 가블러)와 손을 잡으면서 가블러가 주목받고 있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9일 독일 가블러와 잠수함 양강마스트 분야 MRO 사업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기술협약(SFA : Strategic Framework Agreement) 체결했다.
이번 협업 계약을 통해 한화오션은 잠수함 양강마스트 분야의 MRO 역량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가블러가 부품과 장비를 공급하면 한화오션은 선박 건조와 설치, 정비를 하면서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국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공급을 위해 가블러는 가블러 코리아도 설립했다.
가블러는 업력 60년이 넘는 전문 기업이다. 1962년 잠수함 설계 전문가 울리히 가블러 교수가 설립한 잠수함 설계 전문 회사 가블러 마쉬네바우(GABLER Maschinenbau GmbH)로 출발해 지금은 잠수함 마스트와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한다. 2013년 독일 기술기업 '포젤' 산하로 편입됐다.
가블러의 마스트와 구성품은 한국과 대만, 인도, 이집트, 브라질 등 23개국 해군이 사용 중이며 총 800여기의 마스트가 공급됐다. 한국 해군의 209급 장보고함도 가블러의 마스트를 장착했다.
가블러가 생산해 공급하는 양강 마스트는 잠수함 상부 사령탑(세일)에 설치되는 잠망경과 레이더, 위성통신기, 스노클( 잠수함의 수중 잠항 중 사용하는 통기장치) 설치를 위한 플랫폼을 말한다. 가블러는 표준형 마스트는 물론,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마스트를 공급한다.
가블러가 생산하는 부품은 스노클 플랩과 배기가스 밸브 등이 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 III 배치 1에 들어가는 부품과 장비의 80% 이상을 국산화했지만 마스트와 어뢰발사관 등 핵심은 수입해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수함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잠망경 등의 장비 국산화는 물론, 좁은 공간에 많은 장비를 넣어 효율있게 작동하게 하는 마스트의 국산화도 꼭 필요하다. 잠수함 국산화율을 높이려는 한화오션이 가블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군 당국은 2017년 6월 209급 나대용함의 통합전투체계와 공격잠망경 교체, 선 배열 예인 소나(SONAR·음파탐지기) 추가 등의 성능개량에 착수했는데 가블러가 신형 잠망경을 공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블러는 잠수함의 MRO 사업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갖춘 기업이다. 잠수함은 일정 기간 사용하면 부품을 유지 보수하는 것은 물론 잠수함을 완전 분해해서 수리한 다음 다시 조립해야 한다. 가블러는 잠수함 설계 개념 단계, 건조 단계, 운용 단계, 수명 종료 단계 등 전 수명 기간 동안 각종 지원을 한다.
특히 운용 단계에서는 훈련과 전면 창정비와 신규 부품 교체, 성능 업그레이 등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정평나 있다. 잠수함을 수출하려는 한화오션이 가블러와 손잡아야 하는 이유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새 선박 건조뿐 아니라 애프터서비스 사업 확대도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