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공포, '자금 선순환 구조' 악화 우려
최근 부동산 PF 발(發)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됐다. 증권사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이어진 부실 우려 속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까지 겹치며 살얼음판 같던 부동산 PF 시장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쌓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실제 증권사 부동산 PF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점검해 봤다. 증권업계가 선제적인 구조조정 및 부동산 PF의 조속한 정상화 추진 노력이 필요한 데 따른 해법이 무엇인지도 함께 짚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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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부동산PF 점검-(상)] 고조되는 공포, '선순환 구조' 악화 우려
[증권가 부동산PF 점검-(하)] 시장 정상화 첫 걸음은 '신뢰 회복'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어렵게 성사돼 급한 불은 껐지만, 증권가에 드리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증권가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11조9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증권사의 부동산 PF 사업이 당분간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행히 증권업계는 태영건설 관련 대형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당장 직면하게 된 관련 불확실성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증권사 저마다 부동산 PF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뉴스투데이는 증권업계 부동산 PF 전문가들이 시장을 바라보고 진짜 우려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전문가들은 태영건설 사태에 대해 과도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을 일단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PF 자체가 미치는 영향보다는 이로 인한 과도한 위기감 확산이 가져올 유동성 문제를 우려했다. 되려 과도한 위기감 조성은 금융사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의 한 부동산 PF 전문가는 “태영건설 관련해 충당금을 쌓고 그만큼 이익창출력이 떨어져 단기수익이 다소 감소하는 정도의 영향은 미칠 수 있지만, 태영 자체의 영향보다 이로 인한 과도한 위기감 확산이 유동성시장을 경색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 개막하자, 시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부실 부동산 PF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적 부담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현대차증권은 최근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4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지배주주순이익이 2380억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KB증권도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둔화를 점쳤다. KB증권은 커버리지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5개사의 4분기 합산 연결 지배주주 기준 순손실이 880억원으로 적자 전환을 내다봤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태영건설과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의 만기가 오는 3월 도래할 예정이어서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졌으나, 태영건설 소유인 루나엑스CC(경상북도 경주시 소개)를 담보로 받은 만큼 당장의 상환 우려는 없다고 봤다.
메리츠증권도 1000억원대의 익스포져가 존재한다고 알려졌으나 보유 건들은 이미 보증이 확보돼 있거나 분양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유동성 지원펀드는 태영건설 소유의 골프장을 담보로 확보한 상황이며, 메리츠금융지주의 보유 건들도 이미 보증이 확보돼 있거나 분양이 완료된 것으로 태영건설 관련 손실은 제한적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부동산 PF 전문가는 “건설사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유통시장의 경색 및 금리인상이 우려되며, 기존 PF 대출이 분양현금 흐름으로 상환되고 상환된 자금으로 신규 PF 대출을 하는 선순환 구조가 깨진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채권단 96.1%의 동의로 지난 11일 개시됐다.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떼며 일단 한고비를 넘기게 되면서, 태영건설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이 기간 대부분 태영건설이 진 빚은 갚을 의무가 미뤄지지만, 부동산 PF ABCP나 임금 등은 상환 의무가 있어 유동성 관리가 워크아웃 개시의 잔불로 남았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문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PF-ABCP는 37조3002억원에 달한다. 이 중 30조원 상당이 증권사와 건설사 물량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요 사업장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개발사업에 부동산 PF 공급이 막히고 신규 대출이 거의 중단돼 잠재적인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PF 공급은 다시 위축됐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이후 유동성 리스크가 있는 건설사들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다수 PF 사업장이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어 PF 채무 이행청구가 해당 기간 중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성이 있는 곳은 지원하되, 그러지 못한 사업장에 대해선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며 사업장 정상화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태영건설 사태로 퍼진 시장 불안은 제한적으로 내다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는 금융권 총자산의 0.09% 수준으로 다수 금융회사에 분산돼 있어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자정까지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안건인 워크아웃 개시에 대한 결의서를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결의됐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이 개시됨에 따라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채권은 오는 4월 11일까지 상환이 유예되고, 3~4개월간의 실사를 거쳐 정상화를 위한 기업개선계획을 세우게 된다. 개선계획에는 △PF 사업장 처리방안 △재무구조 개선방안 △유동성 조달 방안 △회사 경영계획 및 경영관리 방안 등이 담긴다.
정부는 태영건설발(發) PF 리스크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동성 확대 방안과 사업장별 정상화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