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40108500210

'제각각' 가상자산 거래소 규정…법정 자율규제기관 필요성 대두

글자확대 글자축소
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1.09 08:27 ㅣ 수정 : 2024.01.09 08:27

국내 5대 거래소 투자유의종목 지정 상이
‘중개·보관·감시’ 동시에 ‘이해상충’ 지적
‘닥사·제3기관’ 등 법적 기관 마련 필요성
장기적 한계점도…“중요 공시 의무화 必”

image
[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지원 코인 규제 현황이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닥사(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 DAXA)의 효용성에 대한 비판이 제시됐다.

 

국내 원화 거래소들로 구성된 닥사의 자율규제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닥사가 시장 내에서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해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시장에선 닥사나 제3의 기관 및 협회를 법정 자율규제기관으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설립 이전까지 거래소와의 이해상충 문제나 장기적인 효율성 등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원화 5개 거래소 투자유의종목 지정 차이…“지원 종목 차이 커 일괄 규제 곤란”

 

 

image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별 투자유의종목 지정 현황. [표=뉴스투데이]

 

9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 소속)이 닥사 회원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5곳(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각 거래소별로 유의 종목 지정 현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장 많은 유의 종목을 지정한 거래소는 빗썸으로, 총 7개 가상자산(애니버스·갤럭시아·디파인·베리·퍼블리시·크레딧코인·에버스케일)을 유의 종목에 올렸다. 그중 디파인과 베리는 지난 2일자로 거래지원을 종료했고, 퍼블리시는 오는 15일 거래지원을 종료할 예정이다.

 

뒤를 이어 고팍스가 갤럭시아와 로아 등 두 종목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갤럭시아는 지난해 11월 17일 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입금이 중단됐고, 로아는 지난달 29일에 갤럭시아와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

 

반면 업비트와 코빗, 코인원 등 3개 거래소는 지난해 말 기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행량과 유통량의 허위 기재 등 중대한 위반사항이 있는 코인에 대해서도 거래소별로 상이한 조치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딧코인의 경우 빗썸은 코인 발행량 정보를 허위 기재했다고 판단해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소명자료를 요청했다. 반면 같은 티커명의 코인을 상장한 업비트와 고팍스는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닥사 회원 거래소 간에도 이용자 보호와 관련한 다른 조치들이 이어지면서 닥사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 의원은 “소속 거래소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코인에 대해 무원칙한 행동을 하고 있으나, 닥사는 아무런 조율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형 거래소의 이해에 따라 공통 가이드는 무력화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는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을 피팔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에선 닥사의 규제가 자율적이고 각 거래소마다 별도 규정이 있어 차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거래지원 종목은 물론, 대응 화폐도 다양해 일괄적인 규제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일 기준 닥사 회원 가상자산 거래소 중 가장 많은 스팟(Spot, 현물)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는 빗썸으로, 총 279종의 스팟이 등록돼 있다. 뒤를 이어 △업비트 244종 △코인원 232종 △코빗 134종 △고팍스 86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별 차이가 거의 최대 200종 가까이 나는 셈이다.

 

또 거래소 간 유의 종목 지정 여부가 달랐던 크레딧코인의 경우 처음 이더리움 ERC-20 기반으로 코인 6억개를 발행한 뒤, 자체 메인넷으로 코인 14억개를 드랍해 도합 20억개가 발행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빗썸은 첫 발행량 공시에 20억개를 모두 반영했고, 고팍스와 업비트는 ERC-20 기반 크레딧코인만을 거래지원해 발행량을 6억개로 공시했다. 이처럼 코인 구조에 대한 해석 차이까지 발생하면서 유의 종목 지정에서도 상이한 조치 결과가 나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규제가 있더라도 현재 운영 방침은 거래소마다 모두 다를 수 있고, 많은 거래소가 닥사 조직 전부터 운영돼 일치하지 않는 지침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개별 코인마다 적용되는 시스템적 차이도 고려하면 일괄 규제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거래소 이해상충’ 문제 해소해야…“법정 자율규제기관 검토 必”

 

 

image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가상자산이용보호법 시행과 과제' 정책토론회. (왼쪽부터)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 최진홍 법무법인YK 변호사, 안병남 금융감독원 팀장, 김유성 연세대학교 교수, 이정두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 이윤아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사진=뉴스투데이]

 

유의 종목 지정의 사례처럼 혼선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해상충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증권사와 중개기관, 보관기관, 감시기관 등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업무 성격상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일 민병덕 의원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진홍 법무법인YK 변호사는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지원 및 종료 등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이용자 간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며 “아울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시장 감시 권한도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지원은 거래 증가를 수반할 가능성이 커 부실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지원 유인이 있고, 거래 증가를 수반하는 불공정거래 적출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며 “특히 특정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 독과점 시장의 경우, 독과점 사업체의 의사 결정으로 이용자 선택권이 제한받게 되므로, 각 기능의 미분리에 따른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거래소가 집중적으로 거래정보를 관리하는 자본시장법과 달리 가상자산의 경우 중복 거래소가 설립돼 있어 각 거래소가 검찰이나 금융당국과 효율적인 공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다.

 

최 변호사는 “통합적 시장감시시스템을 구축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시장 감시 기능을 분리해 이해상충에 따른 감시기능 소홀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시 공백 감소와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에선 법률상 가상자산 자율규제기구 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닥사를 법률상 자율규제기구로 승격하거나, 제3의 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이전까지 각 거래소나 닥사에 임시로 법적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 이후 설립된 닥사는 업무협약(MOU)의 형태로 출범했으며, 현재 금융당국과 ‘거래지원 가이드라인’ 작성을 협업하고 있지만 자율규제기구로써 법적 지위는 없는 상황이다.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법정 가상자산 자율규제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며 “당국의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집중할 인력이 부족하고 세밀한 시장 분석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거래시장을 공식적으로 분석하고 통합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자율규제기관 장기적 한계 지적도…금감원 “조만간 가이드라인 발표”

 

반면 가상자산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한계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요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당국 차원에서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최소한의 가상자산 관련 중요정보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고, 기준 및 세부 작성원칙은 감독당국에서 별도로 마련해 명확한 표준을 제시하는 방향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공시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가 닥사 등 자율규제기구나 제3의 협회 및 기관이라면 공시정보를 취합 및 검증하고 허위·불성실 공시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장기적으로 적합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불공정거래 감시 책임이 특정 기관에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시각도 나왔다. 거래소의 시장감시를 권한으로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감시는 시장참가자 모두의 중요한 책무며, 자본시장에서도 증권사나 거래소, 감독기관 모두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해 인·물적 자원을 투입하고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며 “거래소 차원의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고 중앙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거래소의 역할이나 책임이 줄어든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앞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안병남 금감원 디지털자산연구팀장은 “유통량 관련 기준과 업계의 자율규제를 지원하는 것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며 “가이드라인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돼 조만간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팀장은 “자본시장에서 요구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준의 자율규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시장 장치들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