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사태에 조달부담 커진 캐피탈업계…건전성 악화까지 '암울'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를 확대하며 실적을 키워 온 캐피탈업계가 태영건설 사태에 자금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올해 차환물량만 55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여전채(캐피탈채) 시장이 경색될 우려가 있어 차환 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지난해 9월말 기준 태영건설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6522억원이다. 이는 제2금융권 익스포저인 1조6000억원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송기종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2실장은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저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건전성 저하와 더불어 수익성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캐피탈사의 태영건설 익스포저가 전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크지 않고 자기자본 대비 비율은 약 3.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캐피탈사의 태영건설 익스포저는 크지 않지만, 캐피탈사가 부동산PF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온 만큼 전체 PF 익스포저는 큰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캐피탈업계의 PF 잔액은 24조원 규모로 은행(44조2000억원), 보험사(43조3000억원) 다음으로 큰 액수를 나타냈다. 태영건설에서 시작된 PF 부실화가 도미노처럼 퍼진다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업계는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고 유동성도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최근 캐피탈 부동산PF 시장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 사업여건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손실흡수능력과 개무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여신금융협회는 2023년 9월말 기준 캐피탈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125.2%로 안정적인 상황이며, 총자산 대비 부동산PF 대출 비율도 11.2%로 지난해보다 감소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캐피탈사의 유동성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캐피탈업권의 유동성비율은 2022년 4분기 202.0%에서 지난해 3분기 158.0%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146.7%에서 129.3%로 낮아졌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캐피탈사의 PF연체율은 4.44%로 2020년 말 0.28%와 비교해 16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손충당금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캐피탈사의 자금조달 부담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캐피탈채) 물량은 54조5034억원 규모다. 이는 2021년 약 28조원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액수다. 차환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는 단기채 발행 확대가 꼽힌다. 캐피탈사들은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 1~2년짜리 단기채권 발행을 늘렸다.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은 브릿지론보다 본PF 비중이 크고 비상시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다만 중소형 캐피탈사의 경우 부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캐피탈사는 캐피탈채와 기업어음(CP)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캐피탈채와 CP 발행 시 높은 금리를 조달해야 할 뿐 아니라 신용등급이 낮아 당국 지원도 어렵다.
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도 조달여건이 좋지 않았는데, 태영건설 사태로 채권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피탈업계는 PF대주단 협약, PF정상화 지원펀드 조성 등 PF 사업장 재구조화를 통한 정상화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함께 PF리스크가 업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건전성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PF리스크를 적극적으로 축소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