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완화 효과 있었나
갑진년(甲辰年) 첫 거래일을 맞아 국내 증시도 첫걸음을 뗐다. 코스피지수는 2,700선을 육박해 시작은 좋았다. 많은 투자자가 한국 시장은 저평가됐다고 보는 이유 중 MSCI 선진국 편입과 물적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 확대, 배당 투명성,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공매도, 부자 감세 등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공약했고 시장 내 저평가 요인을 하나씩 털어내는 분위기다. 정부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에 이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발표가 핵심 경제 정책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기사 게재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금투세 폐지 시장 영향과 넘어야 할 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②] 주식 양도세 완화 효과 있었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③] 증시 저평가 극복 위한 남은 과제는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인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완화를 이행한 연말, 투자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단기적으로 일부 지수 상승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의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로 연말 세금 회피성 물량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이차전지주에 집중되며 증시 전반의 투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양도소득세 완화 정책이 총선과 맞물려 자칫 포퓰리즘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시장 전반에서 단기적으로는 대형주가 많은 코스피보다 중소형주가 많은 코스닥에 그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에 뚜렷한 영향까지는 아니란 의견도 있다. 이는 당초 대주주 요건을 완화한다고 해도 이미 양도세 완화 이슈는 시장에 선반영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6일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주식 양도세는 연말을 기준으로 '대주주'를 분류하고 이들이 이듬해에 주식을 팔아 소득이 발생하면 그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연말을 기준으로 국내 주식 한 종목을 일정 금액 넘게 갖고 있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코스피는 1%)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한다. 세율은 양도차익의 20∼25%다.
정부의 주식 양도세 완화는 연말 세금 회피성 투자자 이탈을 막아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결정됐다. 공매도 한시적 전면 금지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이었던 금융정책 추진에 직접 드라이브를 걸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도 공식화했다. 당초대로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제도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임기 중 자본시장 규제 혁파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 양도세 완화 뒤 배당락일이자 주주명부 확정 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코스피·코스닥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0.42% 올랐고, 코스닥은 1.35%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코스닥이 상승 출발한 데 이어, 장중 상승폭을 키우며 1%대 강세를 보이면서 양도세 완화로 상승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배당락은 배당 기준일을 지나 더 이상 주식을 매수해도 배당금을 받을 수 없어 통상 배당락일에는 주가가 하락하곤 했으나, 이번 양도세 기준 완화 이후에는 국내 증시가 상승 마감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90%에 달하는 코스닥이 대주주 양도세 완화 이슈를 소화해 강세를 보이면서 덕을 본 셈이다.
실제 지난달 21일부터 폐장일인 지난달 28일까지 5거래일간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종목을 분석한 결과 이차전지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개 중 1위는 DS단석으로 총 약 308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마지막 공모주였던 DS단석은 상장 첫날인 지난달 22일 공모가 대비 300% 급등한 '따따블'(공모가의 4배)로 거래를 마쳐 높은 관심을 받았던 새내기주다.
지난해 10월 상장된 또 다른 새내기주 두산로보틱스도 개인들이 38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순매수 상위 종목 10위에 올랐다.
이들을 제외하면 개인 집중 매수 종목은 이차전지였다. 에코프로(2위·1130억원)와 에코프로비엠(3위·900억원) 등 에코프로그룹주를 비롯해 금양(8위·450억원)과 LG에너지솔루션(9위·390억원) 등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4개가 이차전지 관련주였다. 10위권에 들지는 않았지만 개인은 이 기간 하이드로리튬(310억원)과 LG화학(200억원) 등 다른 이차전지 종목들도 사들였다.
반면 개인이 이 기간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1조4160억원)였다. 증권가는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와 가격 회복으로 이익이 개선돼 올해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연말 주가가 장기간의 부진에서 벗어나 2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르자 개인이 차익실현에 대거 나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적으로 연말에는 양도세를 회피하려는 물량이 집중돼 일시적으로 매도세가 확대되고는 했는데, 지난해에는 양도세 완화로 수급 충격이 완화되고 그 효과가 개인이 선호하는 이차전지로 집중됐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주주 기준 완화에 따라 양도세 과세 인원은 기존 약 1만3000명에서 4000명 정도로 70% 감소한다. 지난해 상장주식 양도세 신고 대상자는 (국세청 기준) 7045명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이 확대되면서 과세 대상이 70% 줄어든다는 분석이 있었다"며 "코스닥과 중·소형주의 연말 변동성은 제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