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2024년 전망, 불황 장기화에 생존 경쟁 한층 더 ‘치열’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올해도 고물가·고금리 흐름이 지속되면서 유통업계 불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유통업계 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강자들이 오프라인 유통 기업을 앞서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은 지난해보다 1.6%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6.8%가 올해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봤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올해 소매유통업계의 실적 전망을 ‘저하’로,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간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에 따라 고소득층의 소득만 큰 폭으로 늘어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 발길 또한 ‘프리미엄’을 내세운 백화점과 ‘가성비’를 내세운 대형마트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소득과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백화점의 경우 고소득층의 구매력은 여전히 튼튼한 반면, 일반 중상층의 구매력은 소비 위축에 영향을 받아 줄어드는 현상이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커머스는 내년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해 1~3분기 기준 이마트 실적을 제치고 ‘유통업계 매출 1위’에 이름을 올린 쿠팡과 최근 초저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행보에 관심이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2월 29일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2024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도 이커머스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잇따랐다.
안태희 커니코리아 부사장은 “이커머스의 경우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성장이 정체된 오프라인 시장의 점유율을 매년 1% 가량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7년에는 글로벌 랭킹 1위에서 4위까지 모두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가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엔데믹으로 성장세가 꺾일 것 같았던 온라인 쇼핑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물가·고금리 상황의 지속으로 합리적 소비행태가 일상화되면서 내년에도 온라인 쇼핑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에 강한 편의점은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역시 어려운 경기상황에서도 월평균 8.9%의 성장률을 보였다.
다만, 그 누구도 안심하긴 이르다. 최근 유통업계 내 판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해외 이커머스 기업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과 유통업계 내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유통업계 내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생존을 좌우할 열쇠로는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 전략’이 손꼽힌다.
이 교수는 “경기침체기에 소비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주는 요인이 ‘가격’이다”라며 “소득은 늘지 않는데 가격은 오르니까 지출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과 차별점을 보유한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이런 시장 정체기에는 기존과 다른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올해는 어떠한 기업이 불황 속 굳게 닫힌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