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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배당금을 모른 채 투자하는 이른바 '깜깜이 배당'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배당정책 변화에 동참하는 상장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선(先)투자, 후(後)배당’ 관행을 바꾸도록 유도하면서 다수의 증권사가 배당기준일을 내년 2월~3월로 미룰 전망이다. 연말에 몰렸던 배당 기준일이 분산되면서 배당투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졌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내놨다. 결산 배당기준일을 배당금 확정 시기보다 늦춰서 투자자가 배당금을 먼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올 초부터 배당투자 활성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의 배당 절차 선진화를 유도했다. 금융위 오랜 과제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국내 자본시장 환경으로, 올해 이어 내년에도 자본시장 선진화가 주요 목표다.
깜깜이 배당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 해 열리는 주총에서 배당금을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배당을 얼마나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하는 것은 글로벌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배당금을 먼저 결정한 후 배당받을 주주를 정한다. 주주의 입장에선 사전에 배당액을 알고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오랫동안 자금이 묶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기업·투자자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배당제도 개선 적용 기업은 한국ESG기준원(KCGS)을 비롯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기관의 'G' 평가지표로 활용되고, 투자자는 배당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은 배당금 지급 과정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과정에서 시작됐다"며 "다음에는 글로벌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배당 성향을 개선하기 위한 유인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시장 환경과 정책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내년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주주친화적 배당 정책과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여기에 발맞춰, 상장 증권사들은 먼저 배당액을 확정한 이후 배당기준일을 결정하는 ‘선 배당액·후 배당일’을 속속 도입하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관련 당국이 권고에 나선 만큼, 깜깜이 배당 개선에 나서는 증권사들의 환원요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자들은 투자 기업의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른 채 주식을 매입해 왔다"며 "당분간은 제도 개선으로 적용기업 간 상이한 배당기준일 탓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것은 강제가 아닌 선택인 만큼 지배구조 등 주주환원 정책에 맞게 개선하는 증권사들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까지 배당기준일 변경 안내 공시를 통해 올해 사업연도 결산 배당금을 먼저 결정하고 이후에 배당기준일을 결정하겠다고 나선 증권사는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2023년 12월말 해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도, 추후 결정될 2023년 사업연도 배당기준일에 관련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산배당이 지급되지 않음을 안내했다.
투자자들은 배당받고자 하는 주주들은 올해 12월말일자가 아닌, 내년 3월경 공시예정인 배당기준일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대신증권은 이번 회계연도 배당기준일을 내년 2월 중순 이후로 변경한다고 전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주총)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NH투자증권도 이번 회기부터 결산배당일을 변경한다. 지난 3월 23일 정기주총에서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확실히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하도록 배당절차를 '선 배당액, 후 배당기준일 확정'으로 개선에 나섰다.
교보증권은 지난 3월 23일 정기주총에서 2023사업연도 결산 배당금 및 배당기준일 결정을 2024년 2월 중순 이후 결정해 공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2023년도 결산 배당기준일은 추후 예정된 이사회에서 결정한다고 전일 밝혔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배당절차 개선을 위해 지난 3월 24일(제43기) 정기주총에서 배당기준일을 별도로 정해 운영하도록 정관을 개정한 바 있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결산 배당만 하는 경우, 현재 한국금융지주와 키움증권이 변경된 절차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NH투자증권은 변경된 절차를 적용해 배당기준일을 3월 29일로 한다고 공시했으며, 아직 공시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오늘(지난 15일)까지 공시 부재 시 변경된 배당절차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배당기준일이 기존과 다르게 바뀌면서 배당 투자 전략을 다시금 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매년 말마다 나타나던 배당락 효과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배당기준일에만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을 받을 수 있기에, 그다음 날 주식을 처분하면서 생기는 효과다. 하지만 이젠 연말과 이듬해로 기준일이 분산되면서 배당락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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