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변경 없이 지속”···고개 드는 농협금융 ‘농지비 확대’ 요구
국회 계류 ‘농협법 개정안’에 농지비 상향 내용 포함
농협금융 순익 10년 동안 5배 늘었지만 농지비 고착
급격한 농지비 확대 시 수익성·건전성 악영향 우려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정치권과 농업계에서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에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옛 명칭사용료)’ 증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농협금융 순이익이 큰 폭 성장한 만큼 농업·농촌 지원 기여도 역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농협금융의 성장성과 리스크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농협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관인 이 법은 지난 5월 11일 법사위에 회부됐지만 7개월째 계류 상태다.
이 농협법 개정안에는 다양한 농협 개혁 방안이 담겼는데, 현재 단임제인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 허용하는 안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 산적한 정치 현안과 21대 국회 종료까지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관심을 끄는 건 농협법 개정안에 ‘농지비 상향’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현행 농협법 제159조의2 제1항은 ‘농협’의 명칭을 사용하는 영리법인에 대해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최대 2.5% 범위에서 농지비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데, 이 상한을 최대 5.0%로 올리자는 게 골자다.
농협금융 농지비 확대는 매년 국정감사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농지비 증액 및 법인별 부과율 재조정을 주장했다. 그동안 농업 관련 조합·협회들도 농협금융의 농지비 산정 비율 상향을 요구해왔다.
이는 농협금융 이익 증대에 기인한다. 농협금융 연간 순이익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된 2012년 4514억원에서 지난해 2조2309억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농지비는 4351억원에서 4504억원으로 15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3년 농지비(4535억원)와 비교하면 오히려 31억원 줄었다.
이 내용의 법을 대표 발의한 안 의원은 “11년 전에 책정된 농지비 상한선이 변경 없이 지속되고 있다”며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 등에 대한 지원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서는 농협금융과 같이 영업수익이 막대하고 그 증가가 뚜렷한 법인에 대해 부과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내는 농지비는 농업인 교육비 등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쓰인다”며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농민이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금융사들이 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농협법 개정안은 꼭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농지비 상향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급격한 산정 비율 변경이 농협금융 성장성·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농지비 취지 자체는 좋지만, 결과적으로 비용 부담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100% 지분을 가진 농협중앙회에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2022년 회계연도 기준 현금배당은 6750억원에 달한다. 전년(6400억원) 대비 350억원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 농지비까지 더하면 연간 조(兆) 단위 자금이 농협중앙회로 유입되고 있다.
단순계산으로 농협법 개정안 내용인 ‘농지비 부과 상한 5.0%’를 꽉 채운다고 가정하면 농협금융 농지비 부담도 2배가량 늘어난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순이익은 농지비 부담 전 기준으로 2조5385억원인데, 농지비 상한 조정안대로라면 최종 순이익은 1조원대로 축소된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총자산순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는 각각 0.46%, 9.33% 수준이다. 농지비 부담 전을 기준으로 하면 ROA는 0.52%로, ROE는 10.62%로 각각 상승한다. ROA·ROE는 금융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다.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경우 리스크 관리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협금융은 NH농협은행·NH농협생명·NH투자증권 등 금융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경기·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이 요구되는데,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농협금융의 체급 확대 흐름 속 매년 제기되는 농지비 확대 압박을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농협법 개정안 내용인 ‘상한 5% 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진적인 확대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농협금융의 한 관계자는 “농지비는 농협법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농협금융은 수익 창구로서의 역할과 농업·농촌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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