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OB 10대 뉴스] 노란봉투법 폐기, 주 최대 60시간, 첫 노조 회계공시, 의대증원, 유통업계 희망퇴직, 공기업 신규채용 급락에 웃고 울었다
박진영 기자 입력 : 2023.12.13 01:56 ㅣ 수정 : 2023.12.13 04:39
역대 최고 고용률과 역대 최저 청년 실업률 속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주목 은행권 인력 감축과 유통업계 희망퇴직으로 우울했지만, 항공업계 고용시장은 활황 대졸 신입 희망연봉 3540만원, 내년 최저시급 1만원 미달은 청년층의 좌절을 내포해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올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정책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해이다.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주 최대 60시간 근무제' 추진, 첫 노조 회계공시 도입 등은 올해 논의되거나 도입된 대표적인 노동시장 개혁정책으로 꼽힌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의대증원은 정부의 개혁정책 중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유일한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소위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보상에 대한 근로자의 책임을 면해주는 노란봉투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혀 무산됐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고용시장 현황은 양호한 편이었다. 역대 최고 고용률, 역대 최저 청년층 실업률을 기록했으나 소비위축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초유의 희망퇴직 사태에 직면해야 했다.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IT) 산업 발달은 관련 업계 인력시장에 호황을 몰고 왔지만, 금융권 억대 연봉자들이 짐을 싸고 퇴직하게 만드는 '나비효과'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실수령액보다 466만원이나 낮은 대졸 신입 희망연봉과 1만원을 밑돈 내년 최저시급은 청년층의 좌절을 상징하는 수치였다. 문재인 정부 때 호황이었던 공기업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도 청년층의 기회를 좁혔다.
다음은 <뉴스투데이>가 선정한 2023 JOB 10대 뉴스다.
■ 올해 상반기 고용률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저…고용 사각지대 어려움 여전해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용률이 62.2%를 기록하며 199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3.0%로 199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고용률(15세 이상)은 ▷1월 60.3% ▷2월 61.1% ▷3월 62.2% ▷4월 62.7% ▷5월 63.5% ▷6월 63.5%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실업률(15세 이상)은 ▷1월 3.6% ▷2월 3.1% ▷3월 2.9% ▷4월 2.8% ▷5월 2.7% ▷6월 2.7% 등으로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고용률 증가가 돌봄수요 확대 및 일상회복 등에 따라 보건복지업 및 대면서비스업 등에서의 고용 증가와 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건설업‧제조업 취업자수는 지난해 대비 감소하며 고용률 증가세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역대 최대 취업률, 최저 실업률을 자랑하면서도 고용 사각 지대에 있는 노동자의 여건을 촘촘히 챙기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곤란을 겪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0월2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이하 일자리는 1년새 6만8000개 줄었다. 취업에 가장 중요한 대학교 졸업생의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노인 일자리의 경우 △잦은 이직으로 인한 실업 급여 상습 수급 문제 △낮은 급여로 인한 빈곤률 심화 문제 등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국내 대졸 신입 희망연봉 '평균 3540만원'…실제 평균연봉은 '466만원' 낮아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최근 4년 대졸 학력의 신입 구직자 6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전체 구직자들의 희망 초봉은 354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자들의 실제 취업자 평균 초임 연봉은 3074만원으로 나타났다. 학부생 졸업자들의 초임 연봉은 전공계열별로 의약계열이 3517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공학계열 3291만6000원 ▷사회계열 2979만6000원 ▷자연계열 2844만원 ▷인문계열 2832만원 ▷교육계열 2694만원 ▷예체능계열 2497만2000원 순으로 높았다.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은 64.1%로 전년 대비 3.1% 상승했지만, 대기업 취업자 비중은 9.4%로, 전체 취업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취업자(46.4%)가 가장 많았다. 이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9.8%) ▷중견기업(7.8%) ▷기타(5.9%) ▷공공기관 및 공기업(4.3%) 등의 순이었다.
■ 내년 최저임금 '시급 9860원' 확정...노동계 요구인 1만원 시대는 열지 못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4일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고시했다. 월급은 1주 소정근로 40시간 근무, 월 209시간 기준으로 206만740원이다. 이는 업종별 구분 없이 전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등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할지가 큰 관심사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가 제시한 최종안(11차 수정안)인 1만원(노동계안)과 9860원(경영계안)을 놓고 투표에 부쳤고 △9860원 17표 △1만원 8표 △기권 1표 등의 결과를 보였다. 최저임금위원회 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 尹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노란봉투법, 본회의 재투표서 폐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지난 8일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재의의 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집계 결과 재석 의원 291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115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다.
■ 주 52시간제 유지…제조업, 건설업 등 일부서 '주 최대 60시간' 추진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월13일 국민 6030명에게 방문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대해 국민의 48.2%가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한 반면, 54.9%는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근로시간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주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직종은 연장근로 시간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현행 주52시간제와 같이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총량은 유지하되, 1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자 41.4%, 사업주 38.2%, 국민 46.4%가 동의했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일부 업종 및 직종에만 적용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가 동의했다.
어떤 분야에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해야 하는지를 질문한 결과 △제조업(근로자 55.3%, 사업주 56.4%) △건설업(근로자 28.7%, 사업주 25.7%)등이 높았다. 직종으로는 △설치‧정비‧생산직(근로자 32.0%, 사업주 31.2%) △보건‧의료직(근로자 26.8%, 사업주 22.8%) △연구‧공학 기술직(근로자 22.2%, 사업주 26.4%) 등에서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 기아차 빠진 첫 노조 회계공시율 91%…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지난해 수입 가장 많아
고용부가 지난 7일 공개한 ‘노동조합 회계 공시 결과’에 따르면, 조합원 수 1000인 이상 노조‧산하조직(이하, ‘노조’) 739개 가운데 675개(91.3%)가 회계를 공시했다.
한국노총 가맹 노조 공시율이 94.0%, 민주노총 공시율이 94.3%로 나타났다. 미가맹 노조의 공시율은 77.2%로 나타났다. 일부 대기업(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등), 건설업(미가맹 전국통합건설노조 등) 등 8.7%는 회계를 공시하지 않았다.
1000인 이상 노조의 지난해 1년간 총 수입은 8424억원, 노조 당 평균 수입은 12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노조당 평균 조합비 수입은 11억1000만원이고, 조합비 수입 규모가 가장 큰 노조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59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228억원)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224억원) ▷민주노총 본조(181억원)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153억원) 순이다.
1000인 이상 노조의 지출 총액은 8183억원으로, 노조당 평균 지출은 12억1000만원 이었다. 주요 지출 항목은 ▷인건비 1,506억원(18.4%) ▷상급단체 부과금 973억원(11.9%) ▷조직사업비 701억원(8.6%) ▷교섭·쟁의사업비 424억원(5.2%) ▷업무추진비 385억원(4.7%) 순으로 나타났다.
■ 의대정원 확대 추진…정부‧시민단체 "정원 늘려야" vs 대한의협 "공급과잉 불가피"
의대정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팽팽한 의견대립에 한창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비롯한 의료계는 증원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공급 과잉'이 되면서 의사들의 연봉이 하락할 것이라 전망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시민단체 등은 고령화로 인해 의사가 대폭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11일부터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쟁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오는 17일에는 서울 종로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궐기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7일까지 의협회관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릴레이로 밤샘 1인 시위를 벌였다.
■ 채용 날씨는 극과극, 희망퇴직 단행하는 유통업계 VS. 일손 모자라서 난리난 항공업계
올해 채용 날씨는 국내외 시장 정세에 영향을 받으며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올 들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한파에 유통업계의 근심은 깊었다. 반면, 코로나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항공 업계는 적극적인 채용에 나섰다.
11번가를 비롯한 GS리테일, 롯데홈쇼핑 등 유통업계는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고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11번가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GS리테일도 지난달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TV 시청자 감소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홈쇼핑 역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밖에도 위메프는 큐텐에 인수된 후 지난 5월 퇴사 때 특별 보상금을 주는 '이직 지원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운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 내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 신규채용 역시 줄어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최대한 적은 인력으로 효율성 있게 운영해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 중이다”고 말했다.
반면, 항공 업계는 우수 인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사무직 등 경력 사원을 뽑은 데 이어, 지난 4일까지 신입 객실 승무원을 150여명 규모로 모집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7일까지 객실 승무원 신규 모집을 진행했다. 지난 1월, 5월, 8월에 이은 4번째 대규모 채용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도 올해 채용을 통해 신규 인력을 뽑았다. 에어프레미아는 다음해 초를 목표로 신입 공채를 준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기업 결합(합병)이 진행 중인 관계로 채용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합병 전 신규 채용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수치로 나타난 은행의 ‘인력 다이어트’···1년간 1500명 줄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1년 만에 1500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금융과 디지털 전환 등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다이어트’를 진행한 결과다. 특히 이들 은행은 3~4억원대의 퇴직금까지 쥐어주며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달 4일 전국은행연합회의 ‘은행 경영 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총 직원 수는 6만6087명으로 전년(6만7622명) 대비 1535명 줄었다. 2020년(6만9314명)과 비교하면 3227명 줄어든 규모다.
2021년과 2022년 직원 수 변화를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1만5681명→1만5029명 △신한은행 1만3182명→1만3085명 △하나은행 1만1609명→1만1220명 △우리은행 1만3584명→1만3227명 △농협은행 1만3566명→1만3526명 등으로 최소 40명에서 최대 652명이 감소했다.
■ 한국전력 등 32개 준시장형 공기업 신규 채용 급락…4년 전보다 절반으로 ‘뚝’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가 최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시되어 있는 올해 32개 공기업의 신규채용인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기업 신규 채용수는 2019년 3만2090명을 기록한 후 2020년 2만2465명, 2021년 1만7530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채용 인원은 1만7097명으로 2019년 대비 절반에 가까운 46.7%가 감소됐다. 올 3분기 까지 신규채용 인원은 886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32개 공기업들 중 2019년 이후 신규채용인원이 줄어든 곳은 총 19개다. 한국철도공사가 2019년 1만827명에서 지난해 5546명으로 48.9%를 줄여 신규 채용 감소 인원이 가장 많았다. 한국전력공사가 2019년 5634명에서 지난해 1491명으로 4143명(-73.5%)을 줄여 두 번째를 기록했다.
신규채용이 증가한 공기업은 총 12개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2019년 154명에서 지난해 414명으로 168.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한전KDN(+196명, +40.35%) ▷한국도로공사(+128명, +13.28%) ▷한국부동산원(+122명, +56.64%) 순이다.
2019년 이후 고졸인재 신규채용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일반정규직, 비수도권인재, 이전지역인재 순이다. 반면 무기계약직의 신규 채용인원은 5년 전과 비교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