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가득했던 금융지주 M&A···결국 올해는 빈손으로 마무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꼽혔던 대형 금융지주들이 결국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올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연중 시장 매물을 대상으로 한 M&A 시도는 모두 좌초됐고, 새로운 대상을 찾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0월 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 인수 철회에 이어 지난달 우리금융지주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했다. 하나금융은 그룹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은 것이, 우리금융은 인수 가격을 조율하지 못한 것이 이유다.
하나·우리금융은 올 초부터 적극적인 M&A 의지를 드러냈다. KB·신한을 포함한 4대 금융지주 중 상대적으로 비(非)은행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순이익 중 우리은행 비중이 거의 95%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결과는 의지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롯데카드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무산됐고, KDB생명 인수전도 완주하지 못했다. 그동안 증권사를 우선순위로 내세우던 우리금융의 경우 일단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로 M&A 기지개를 켜는 듯 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가량의 자금을 실탄으로 쓸 수 있는 금융지주들은 올해 M&A 시장 큰 손으로 주목받았지만, 사실상 유의미한 결과 없이 내년 이후를 기약하게 됐다. 인수 매물 선정과 가격 협상, 최종 검토 등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달 중 추가 M&A 소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전환하면서 당분간 M&A 시장에 냉기가 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A가 무산된 하나·우리금융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갖춘 KB·신한금융도 새 M&A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현재의 사업 구조를 관리·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대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금융지주들의 M&A를 주저하기 만든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표적인 건 최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확대 주문이다. 고금리로 이익이 늘었으니 자영업자·소상인인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다.
일각에선 금융권이 이달 중 내놓을 상생금융 패키지가 약 2조원대 규모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원액은 각 금융지주들의 이익 규모에 따라 차등될 수 있지만, 상당한 재원을 상생금융에 투입해야 하는 건 불가피하다.
새로운 기업을 인수할 때 쓰이는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냉정한 업황 예측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매물 가격이 부풀려져 있는 상황에 무리한 M&A가 이뤄질 경우 기존 계열사 경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증권사는 증시 상황에 따라 이익이 증감하고, 보험사도 회계 기준으로 변경 이슈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업종만 보고 인수 절차에 뛰어들 수 없다”며 “한두 푼 들어가는 작업도 아니기 때문에, 시간에 쫒기기보다는 자본 건전성이나 수익성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