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연말 눈코 뜰 새 없네…CEO 교체·인력 슬림화 바람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연말 인사철을 맞은 여의도 증권가가 뒤숭숭한 가운데,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평년과 달리 변화의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증시 침체와 업황 부진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 처지에 놓인 데다,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각종 인사설 등 증권가 안팎으로 논란이 많아서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 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지속되면서, 내년 총선을 시점으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 증권사 CEO, 교체 본격화…임원 인사도 줄줄이 예정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 확정과 세대교체 필요성 등이 맞물리며 인사 교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10대 증권사 CEO 중 5명의 교체가 확정된 가운데 추가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대표가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증권사 CEO 교체가 본격화됐다.
5년 가까이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었던 정일문 사장은 증권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서 내려온다. 14년간 CEO로 이름을 올렸던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지주 운용본부장으로 이동한다.
최근 박정림 KB증권의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각 직무정지 3개월과 문책경고 조치를 받았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당시 대신증권 사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증권사들은 이달 대신증권을 시작으로 임원급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12월에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임원인사를 진행하고 KB증권도 KB금융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계열사 CEO 인사가 있다.
무엇보다 올해 증권가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왔던 일명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폭락 사태’ 등 두 차례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린 키움증권의 인사도 관심사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CEO 연임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조직 개편과 인사, 회사 성장 여부가 달렸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CEO 교체는 더 나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증권사 조직, 슬림화 바람
증권사들이 올해도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까지 부동산 PF 관련 부서를 축소하면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고됐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기업금융·부동산금융·PF 등 3개로 구분하던 IB 본부를 1개로 통합해 운용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총괄 대표를 두었던 부동산금융을 대표 직속의 4개실로 축소했고, 현대차증권은 부동산 PF 조직을 본부에서 팀 단위로 축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 부문 산하 각각 3개 본부와 인프라금융본부를 합쳐 7개 본부였으나,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부문이 대체투자금융부로 합쳐졌다. 기존 투자개발부문대표와 프로젝트금융부문의 사업부 대표도 한 단계 낮아진 본부장 자리로 대체했다.
■ 인력 감축, 지난해 이어 올해도 칼바람 예고
증권사들은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 기업금융(IB) 부문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해당 인력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 61곳의 총직원은 3만9070명이다. 지난해 말(3만9634명)과 비교하면 약 600명가량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계약직원은 1만759명이다. 통상 증권사 직원들은 1년 단위 연봉 계약직이 많다. 특히 이들은 기본급은 낮은 대신 높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실적이 좋을 땐 고연봉을 받지만, 지금처럼 실적이 나쁠 땐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정규직 대상 희망퇴직이 아닌 계약 만료를 앞둔 직원들과 연장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인력을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증권과 BNK투자증권에서도 부동산 PF 관련 조직 규모를 팀 단위로 축소하면서 직원들의 감원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PF 등 IB 부문의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증권사들의 PF 사업 부진은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