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동결 ③ 보험업권] 고금리에 FVPL 평가손실 타격…"투자손익 관리가 실적 가를 것"
고금리에 FVPL 평가손실 확대…3분기 투자이익 감소세
올해 8월까지 해약환급금 30조원…"유동성 우려는 과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 하에서 고금리에 평가손실을 본 보험업계에서는 투자부문 관리가 실적 개선을 위한 열쇠로 떠올랐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보험사들은 금리부담을 덜게 됐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수익률과 공시이율,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등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는 만큼 보험사는 금리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적용되는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 하에서는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 투자수익이 증가하는 반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FVPL) 금융자산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평가손실이 자본에만 반영된 것과는 다르게 적용돼 채권 수익률 증가분 일부가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로 상쇄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보험업계 전반에서 금리상승에 따른 FVPL 금융자산 평가손실로 3분기 투자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금리변동은 건전성 관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올해 본격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요구자본에 포함되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데, 보험사들은 올해 시장금리 상승으로 보험부채가 감소하면서 가용자본이 요구자본보다 더 크게 증가해 K-ICS 비율이 증가했다.
금통위는 '매파적 동결' 입장을 보였지만,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고금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분석실장은 올해 10월 '2024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내년에도 고금리 지속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투자손익 관리가 실적의 중요한 열쇠로 지목된다.
보험사들은 금리 민감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자산운용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4월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IFRS17 도입과 보험회사 가치경영'에 따르면 IFRS9 도입으로 확대된 투자이익 변동성 관리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11개 보험사 가운데 9곳은 △수익증권 비중 축소 △주식형에서 대출 채권형 수익증권으로 변경 △파생상품을 이용한 헤지 등을 통해 변동성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고금리에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계 상황이 어려워져 보험을 해약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도 불안요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30조819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보험을 중도에 해약하면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음에도 이를 감수할 정도로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해약환급금 지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한 저축성 상품 보험금이 12조 규모로 추산돼 생보사의 유동성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지난해 말 금리 급등과 채권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보다는 조달환경이 어렵지 않아 유동성 위기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저축성 상품 해지율이 상승한다"면서 "다만 작년 말에 비해 조달환경이 많이 나아졌고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IFRS9가 도입되면서 고금리에 따른 평가손실 영향으로 투자손익면에서 부진했다"면서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나 내년에도 고금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손익 관리가 실적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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