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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은행 파생상품 손실’ 악몽···전문성·내부통제 강화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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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1.30 07:39 ㅣ 수정 : 2023.11.30 07:39

은행권 ‘홍콩H지수 ELS’ 3조원대 손실 예고
이번에도 은행들 ‘불완전 판매’ 여부가 쟁점
CEO 징계·법령 강화에도 조 단위 손실 재현
은행원들 파생상품 이해도·전문성 제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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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약 3조원대의 원금 손실이 예고된 가운데, 시장에선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비슷한 유형의 손실 사태가 발생했을 때 고객 소송과 최고경영자(CEO) 징계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관련 법 강화 등으로 파생상품 피해 최소화 노력을 기울였는데, 근본적 대책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무리한 판매 관행을 뿌리 뽑는 건 물론 투자자들의 ‘자기 책임’ 원칙 확립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건 약 8조4100억원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4조7726억원, NH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수익을 얻는 파생상품이다. 반대로 미리 정한 수준 이하로 지수가 내려가면 원금까지 잃을 수 있다. 이번 ELS 상품이 추종하는 홍콩H지수는 2021년 상반기 1만~1만2000선이었는데 전일 기준 5800선까지 주저앉았다. 

 

시장에선 이 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상품이 특히 위험한 건 기준폭을 넘어 지수가 폭락하면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 추산된 은행권 예상 손실 규모만 약 3조원에 달한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같이 이번에도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까지 있는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단 은행들은 과거 펀드 사태 등으로 관련 법규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DLF 사태 이후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녹취 등을 이행했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는 얘기다. 

 

다만 조(兆) 단위 투자액이 몰린 건 은행들의 공격적 영업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은행들의 대면 판매 절차를 뜯어보는 과정에서 ‘일방적 설명 후 동의’가 이뤄진 사례가 나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연령·자산 등을 고려했을 때 권유가 적합했는지에 대한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은행 창구에 오시는 고객들 중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율의 상품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출시된 상품을 추천해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과거에는 파생상품을 가입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불완전 판매로 이어지곤 했는데, 요즘은 서류와 설명, 가입까지 1시간 이상 걸린다. 그만큼 완전 판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은행 파생상품 불완전 판매에 따라 대규모 고객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장 등 책임자에게 고강도 징계를 내렸다. 다만 이에 불복한 징계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끝내 징계가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를 두고 피해 예방보다는 사후 수습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아직 ‘홍콩H지수 ELS’ 상품의 만기가 오기 전이라 손실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민원 제기 등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향후 뜻을 모은 사람들끼리 대규모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파생상품 판매사가 손실액의 전체 또는 일부를 보상해야 한다는 사법부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원금 보장’ 성격이 강한 은행에서 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게 적절하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는 고객 선택권 축소 문제와 충돌한다. 상품 판매 채널을 줄이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 설계와 영업 인력의 전문성 제고, 끊임없는 완전 판매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 역시 꼼꼼한 상품 파악·가입으로 경각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판매하는지가 중요한데 상품 자체를 공급자 위주로 만들어 놓고 위험 구간이 벗어나면 어떤 손실이 발생한다는 걸 설명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이걸 모르고 들어갔으면 공급자 책임”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완전 판매다. 투자자도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하고, 금융사도 그렇게 유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융 상품을 만든 증권사와 은행들은 본인 돈을 투자한다는 각오로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많은 투자자들은) 본인이 가입한 펀드와 금융상품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도 모르고 가입한 분들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금융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홍콩H지수 ELS’ 예상 손실 규모가 과거 파생상품 사태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금융당국도 추가 대책을 검토·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이 비(非)이자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미흡하지 않았는지, 은행원들이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고 있는지, 무리한 판매 행위가 있었는지 등이 중점 점검 대상으로 지목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원칙의 취지는 금융기관이 소비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을 해서 가입 목적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위험 상품이 다른 데도 아닌 은행에서 특정 시점에 고령자에게 판매가 몰린 것은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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