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1.27 07:26 ㅣ 수정 : 2023.11.27 07:26
우리은행, 알뜰폰 사업 컨설팅·통신사 문의 진행 최종 진출 결정 땐 국민은행 이어 두 번째 사례 비금융 사업 통한 수익 다각화·시너지 효과 노려 바로 수익 창출 어렵고 시장 참여자 반발도 부담 차별성·혁신성 뿐 아니라 상생 방안 마련 필수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은행이 비(非)금융 서비스인 ‘알뜰폰’ 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이자 부문에 기울어진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금융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비금융 부문 확장을 숙명처럼 여기고 있지만, 기대 효과가 온전히 나타날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단기간 내 수익을 얻기는 어려운 데다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 사업 동력 약화 등 고려해야 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에 알뜰폰 사업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고, 통신사들에 망 도매대가를 문의하는 내용의 메일도 발송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지 검토만 진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이 ‘리브엠(리브모바일)’으로 알뜰폰 서비스를 영위 중이다. 하나은행·NH농협은행의 경우 알뜰폰 업체와 제휴해 요금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간접 진출해있다. 신한은행은 알뜰폰 제휴를 어어오다 종료 이후 연장하지 않았다.
은행들이 통신업에 관심을 가지는 건 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알뜰폰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사업 영토 자체도 넓다는 평가다. 올 9월 말 기준 알뜰폰 회선 수는 1518만4393개에 달한다.
최근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 논란에 휩싸인 점은 비금융 시장 진출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비금융 서비스를 통한 수익은 비이자 부문으로 잡히기 때문에 이익 창출 범위를 분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자 부문과 비이자 부문의 고른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은행들은 본업인 금융과의 연계성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비금융 분야에서도 금융 활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고객군 확대나 여·수신 상품 설계 등 경쟁력 강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금융 사업을 통해 얻어지는 다양한 데이터 역시 은행에 큰 자산이다.
당초 은행은 ‘금산(금융과 산업)분리’ 원칙으로 비금융 시장 진출에 제한이 따랐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례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국민은행의 규제 개선 요구를 수용하고 리브엠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고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당국은 대출이자에 기댄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걸 요구하고 있고, 이는 그동안 은행들도 원했던 것”이라며 “(비금융 시장에 진출하면) 이론적으로 파이를 늘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외형 확장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금융 사업에 대한 은행들의 청사진이 속속 나오는 모양새지만 우려도 잔존해있다. 일단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면 인프라와 마케팅 등에 상당한 인력·비용이 투입돼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단기간 내 수익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알뜰폰의 경우 국민은행 리브엠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리브엠은 2019년 4월 ‘금융 규제 샌드박스’로 출발한 뒤 4년이 지난 현재 40만명 넘는 고객을 모았다. 국민은행은 리브엠 관련 수익 지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139억원,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는 리브엠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 시중은행의 시장 진출 및 사업 확장은 중소 사업자들의 고사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향후 은행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이어지면 반발 수위가 거세질 수도 있다. 골목상권 침해나 생태계 교란 같은 논란이 지속되면 시민단체나 정치권, 금융당국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는 만큼 불확실성 역시 안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수익성 부재와 각종 마찰이 이어지면 사업 동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아직 은행들의 유의미한 비금융 진출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가운데 서비스 설계 과정에서 차별성·혁신성은 물론 상생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IT(정보기술)에 공을 들여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높이듯이 다른 분야에 힘을 쓰는 건 결합과 융합을 통해 본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어느 업종이든 신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다. 이를 담보하면서 예측과 대비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