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 저축은행 M&A 찬바람…우리금융,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중단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외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이 많지만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22일 금융권에 우리금융은 이달 20일 "그룹의 저축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상상인도 같은 날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주식처분명령을 이행하고자 우리금융에게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검토했으나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 검토 발표 후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중단한 배경으로는 인수 비용과 기존 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규모 등이 꼽힌다.
상상인저축은행의 2분기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4015억원이다. 이 중 연체액은 567억원이다. 연체율은 14.12%로, 지난해 말 5.03% 대비 9.09%포인트(p)나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높은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2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7%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8.57%p나 올랐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건전성 제고와 함께 부동산PF 리스크까지 떠안게 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우리금융은 비은행 강화를 위한 증권‧보험사 인수 검토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3월 취임 이후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강조해왔다.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수익 비중을 3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인수를 중단했다"면서 "증권사, 보험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외에도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들 역시 수익성‧건전성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애큐온‧조은‧한화저축은행 등이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는 내년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올해 7월부터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추진 중이고, 조은저축은행은 모회사인 홍콩계 투자금융그룹 SC로이가 올해 초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매물로 거론되는 곳이 많은 상황이지만 업황이 악화하면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 말 시작된 고금리 기조와 연체율 상승, 부동산PF 리스크 등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962억원으로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또 한국금융연구원의 '은행산업 및 금융혁신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은 과거 위기상황 대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여신건전성이 악화한 것이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p 상승한데 반해 기업대출 연체율은 2.9%p 상승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24년 금융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저축은행업권은 경기침체와 금리상승이 맞물리며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기업 실적이 저하된 반면 이자상환부담이 증가해 자산건전성이 악화됐다.
이 같은 업황 악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도 여전히 높은 조달비용과 부동산금융 부실,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 부담으로 기업대출 중심의 외형 축소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이 소폭 감소하며 예대마진은 일부 개선되지만, 건전성 악화로 대손비용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부진한 경기회복 속도, 금융당국 규제지원 종료, 높은 부동산PF 익스포저 등으로 중저신용자 위주로 구성된 저축은행 건전성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지방의 중소형 저축은행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인수합병 등을 거쳐 저축은행 수를 줄일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업황이 부진한 만큼 매각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