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임기 만료 CEO, 거취 촉각…증권사 새바람 부나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연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거취에 대대적 변화가 예고되는 있다.
당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과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올해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엔 여러 위기 속 변화보다 경영 안정이 중요하단 분위기 속에서 대다수 CEO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올해는 주요 증권사 CEO 상당수가 교체 가능성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실적에 대한 평가보다 리스크 관리 문제가 연임 여부에 중요 잣대가 될 예정이다. 증권가는 올 초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꺾기 의혹, 영풍제지 사태 등 불공정거래 이슈가 불어닥쳐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업계 CEO 중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다음달 가장 빠른 임기 만료를 앞뒀다. 특히 KB증권은 KB금융지주 회장이 바뀌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들의 '인사 폭풍'이 몰아칠 분위기다.
KB금융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9년 만에 새 그룹 수장인 양종희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했다. 양 회장은 올해 연말 처음으로 계열사 CEO 인사에 나서게 된다.
KB금융의 11곳 계열사 중 핵심 계열사 9곳을 맡은 대표 10명의 임기가 올해까지인 만큼, 내부에서도 ‘안정’과 ‘변화’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림·김성현 사장도 연임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대표는 2019년 취임해 올해까지 5년간 KB증권을 이끌었고, 2021년 역대급 순이익을 낸 바 있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한 실적을 냈다. 순이익은 2.3% 증가한 1115억원이다. 소매채권 중심의 WM금융상품 판매 증가와 전사적 비용 관리 노력이 순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이미 오랜 기간 임기를 보냈다는 점,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점이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금감원이 처분한 중징계를 금융위원회가 확정 시, 이후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기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연임에 제동이 걸린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 정례 회의는 이달 29일 예정돼 있어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의 거취는 엇갈린 반응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 들어 실적이 크게 악화돼 김 사장의 연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으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해 리스크 관리를 이어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5697억원)보다 59.4% 감소한 2312억원이다. 앞서 지난 8월 라임·젠투 펀드에 대해 사적화해를 결정하면서 충당부채 1200억원을 적립한 것이 영향을 미치며 순이익이 급감했다.
다만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DCM에서 약 6조7250억원(점유율 6.06%) 규모 딜을 소화하며 SK증권을 제치고 4위로 올라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찍 미래에셋증권이 세대교체 신호탄을 쏜 것은 업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며 “꼭 리스크 때문이 아니라도 올해는 변화를 주는 쪽에 베팅하는 것 같다. 당장 있을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CEO 연임 여부가 또한번 업계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외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박봉권 교보증권 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 곽봉석 DB금융투자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등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을 8년간 이끈 최현만 회장은 지난달 전격 용퇴해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지만 이사회는 사임을 보류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약 14년 동안 메리츠증권을 이끌며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렸던 최희문 부사장은 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지주 중심 경영 체제로 개편하면서 운용 부문 총괄 업무에 주력하게 됐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장원재 사장이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