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도 ‘이자장사’로 곳간 채웠다···의존도 96% 육박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대한 ‘이자 장사’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을 거점으로 둔 지방은행들 역시 ‘이자이익’ 의존도 역시 심화되고 있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과 주요 고객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수익 구조 다각화 노력 부재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의 올 3분기 누적 기준 총영업이익 합계 4조2132억원 중 이자이익은 4조613억원으로 96.3%를 차지했다. 이는 올 2분기 누적 기준인 96.1%보다 0.2%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총영업이익 1조1420억원 중 이자이익이 1조1169억원으로 97.8%를 차지했다. 경남은행도 7542억원의 총영업이익 중 7340억원(97.3%)을 이자이익으로 채웠다.
대구은행 역시 올 3분기까지 1조1932억원의 총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1조1072억원(92.7%)으로 집계됐다. 광주은행은 총영업이익 6494억원에서 6270억원(96.5%)이 이자이익으로 나타났다.
전북은행의 경우 올 3분기 누적 총영업이익은 4744억원인데, 이자이익이 4762억원으로 더 컸다. 비(非)이자 부문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자+비이자로 계산하는 영업이익이 이자이익보다 작아진 것이다.
고객이 맡긴 예금을 활용해 대출을 내주고, 이에 따라 오는 이자로 이익을 내는 은행업 특성상 금리 상승기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최근 은행들의 이익 지표 구성이 이자 부문으로 과도하게 쏠리면서 이자 장사 비판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절대적인 이익 규모가 큰 시중은행들에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지만 지방은행들 역시 이자 장사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총영업이익 33조7113억원 중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91.8%) 수준이다. 같은 기준 5대 지방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이 4.5%p 더 높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지방은행의 지난 9월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는 2.4%p로 집계됐는데, 5대 시중은행 평균인 1.7%p를 상회한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로, 통상 예대마진이라고 불린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은행의 이자이익도 커지는 구조다.
이에 대해 지방은행들은 중저신용 차주와 지역 중소기업이 고객군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용도와 상환력을 고려해 대출금리가 높게 책정되다보니 예대금리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주로 기업대출에서 차이가 나는데, 시중은행들은 담보가 있고 우량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이 이뤄지지만 지방은행은 주로 지역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다”며 “조달금리가 높기도 하고, 상생금융 차원에서 취급하는 상품들도 평균금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 부문 의존도가 심할 경우 시장금리가 하락 전환하거나, 대출 수요가 감소하면 이익 규모도 줄어드는 게 문제로 꼽힌다. 이에 은행권에선 비이자 부문 경쟁력 제고로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방은행들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일례로 경남은행은 올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이 전년동기(237억원) 대비 35억원 줄어든 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북은행은 비이자 부문에서 19억원의 손실을 냈다. 부산은행은 251억원, 대구은행은 860억원, 광주은행은 224억원의 비이자이익을 시현했지만 이자이익과 비교하면 미미한 규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외환과 수익증권, 방카슈랑스 같은 비이자 부문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상품 판매가 많아야 수수요 이익도 늘어나는 구조인데, 경기가 부진할 때는 비이자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