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식에 외인 관심 집중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년 우리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소폭 하향조정하면서도 늘어나는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경제는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가 오랜 침체에서 살아날지가 관건인데, 반도체 중심의 수출회복세가 한국경제 회복의 주된 동력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대립각을 세워왔던 미국과 중국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11~17일) 도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반도체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외국인들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에 반발해 국내시장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반도체 주식에 대해서는 매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8024억원어치 사들여 코스피 시장 순매수 1위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역시 4958억원을 사들여 순매수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우(958억원), 한미반도체(948억원)도 외국인 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반도체 장비기업인 HPSP에 대한 601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순매수 1위을 기록했다. 주성엔지니어링(548억원)이 순매수 3위를 차지했고, 하나마이크론(510억원)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들어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 중 반도체 관련주가 대부분을 휩쓸고 있다. 코스피에선 전체 순매수 금액(1조7050억원)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한미반도체 등 4개 종목(1조4888억원)이 87.32%를 차지했다. 코스닥에서도 전체 순매수 금액(4464억원) 중 HPSP, 주성엔지니어링, 하나마이크론 등 3개 종목의 순매수(1659억원) 규모가 37.16%에 달했다.
지난달만 해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 10개 가운데 반도체 주식은 SK하이닉스만 이름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외국인은 특히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 5756억원어치를 팔아 순매도 1위를 기록했는데, 이달 들어서 반도체 주식을 왕성하게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반도체 주식에 관심을 쏟는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1.50달러로 전월 대비 15.38% 올랐다. D램 고정 거래가격이 상승한 것은 2021년 7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또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레시 가격 역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카드·USB용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가격은 1.59% 올랐다. 역시 2021년 7월 이후 27개월만의 첫 반등이다.
반도체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PC 시장도 반등 조짐이 확연해 보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PC 출하량은 1억7200만대로 올해 대비 3.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 출하량이 늘어나게 되면, 2021년 이후 3년 만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증권사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과 PC 시장 규모가 각각 전년 대비 6%, 9%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실적 개선 방향성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는 내년 반도체 부문에서만 27조원의 손익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