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0.25 05:00 ㅣ 수정 : 2023.10.25 15:19
티웨이항공,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강제금 2억4000여만원 부과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시 자료 통해 밝혀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은 ‘위탁보육’ 대체 중 벌금액 , 직장어린이집 운영비보다 적다는 점도 문제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근로자 직장생활과 임신·출산·육아 등 가정생활 병행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기업들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직장어린이집 설치·운영’이다. 정부가 사업주에게 설치비·인건비·운영비를 지원하며 직장보육시설을 확충해 근로자 육아 부담을 줄이고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 영유아보육법과 시행령에 따라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혹은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업장 단독으로 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우면 임직원이 기존에 이용하는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체결해 지원하는 ‘위탁보육’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
만일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거나 위탁보육을 시행하지 않으면 연 2회,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또 3년간 2회 이상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는데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연 최대 3억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이처럼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수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하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에는 티웨이항공(대표 정홍근)이 대표적인 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서울시 내 기업은 모두 9곳이며 그 금액은 총 14억5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 티웨이항공의 이행강제금액은 2억4163만원으로 9개 기업 중 4억원을 기록한 삼정회계법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이들 9곳 가운데 8곳은 부과 이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위탁 보육을 실시하는 조치가 취했다.
그러나 티웨이항공은 3차례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고도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최 의원 측 설명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운영에 대한 업계 동향을 살피기 위해 티웨이항공을 포함한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국내 주요 5대 LCC(저비용항공사)에 문의해 봤다.
그 결과 근로자 수 미충족으로 영유아보육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에어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항공사는 모두 위탁보육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사업장 위치가 공항 청사 인근이다 보니 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하기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계약을 맺은 어린이집을 통한 위탁보육으로 대신해 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위탁보육을 잠시 중단했지만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영유아보호법상 사업장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위탁보육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진에어는 후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 강서구에 위탁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며 “부산상의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설립한 것으로 해마다 연간 5000만원의 위탁보육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이행강제금액을 물면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는 배경으로는 벌금액이 직장어린이집 운영비보다 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2022년 표준보육비용에 따르면 50인 기준 운영비는 연간 평균 4억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제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이 저렴한 셈이다.
최 의원은 “직장어린이집 미설치에 따른 이행강제금이 어린이집 운영비보다 낮아 강제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이행강제금 강화와 함께 기업의 미이행에 대한 구체적 사유에 집중해 자발적으로 협조를 이끌어 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이슈와 관련해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시차출퇴근제, 학자금 지원 등 근로여건 및 복지 증진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업 확장에 발맞춰 임직원 근로복지 개선과 육아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진행을 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