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10.24 08:02 ㅣ 수정 : 2023.10.24 08:02
전일 주가 23%대 급락…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영풍제지 미수금 약 ‘5000억원’…“반대매매 회수” 주주환원 정책 훈풍 꺾여…“충당금 적립 불가피” 일부 증권사 목표주가 하향…“예상 손실 2500억” 내년 실적 영향은 제한적 전망…“주주환원 긍정적”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주가 부양을 노리던 키움증권(039490)이 대규모 미수금에 발목을 잡혔다.
단일 종목에 대한 미수금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하면서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처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키움證, 23%대 급락 후 연저점 경신…미수금 규모 약 5000억원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유가증권시장의 키움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2만4000원(23.93%) 급락한 7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3일(7만57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키움증권의 주가는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너럴(SG)증권발 무더가 하한가 사태 이후 하락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하반기 들어 나타난 글로벌 증시 호황과 그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증가 기대감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하루에만 주가가 15%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코스피 상장사 영풍제지(006740)의 갑작스런 하한가 이후 미수금 손실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키움증권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주가가 700% 넘게 상승하면서 소위 '작전주'로 의심을 받아온 영풍제지는 이달 18일 돌연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한가 당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영풍제지에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동시에 지난 19일부터 주권거래를 정지시켰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장 마감 후 영풍제지에 대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총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순이익(4258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며 "손실과 관련한 확정사항이 있으면 재공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영풍제지 증거금율 100%로 상향 조정…23개 종목 '미수거래 불가' 추가 조치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2영업일 뒤 대금을 갚게 하는 미수거래를 제공하는데, 이때 기한 내 대금을 갚지 못하면 미수금이 발생하고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과도한 미수거래를 방지하고자 종목별로 일정 비율 이상의 증거금을 요구한다.
만약 A종목에 대한 증거금률이 30%일 경우, 현금을 30만원만 가지고 있어도 최대 100만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증거금률을 100%로 산정했다면, 이는 전액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고 미수 거래가 불가능한 종목이다.
앞서 키움증권이 영풍제지에 책정한 증거금률은 40%였는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같은 종목에 100%의 증거금률을 매긴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키움증권은 CFD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인 지난 4월말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를 일부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으나, 미수거래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정지 이후 증거금율을 100%로 상향 조정했으며, 이후 미결제위험 증가를 이유로 지난 20일과 23일 각각 8개와 15개씩 총 23개 종목에 대해서도 증거금율을 100%로 올려잡았다.
증거금율 상향 종목에는 POSCO홀딩스(005490)와 에코프로비엠(247540),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LS전선아시아(229640) 등도 포함됐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추가적인 모니터링과 종목 필터링 등을 통해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증권가, 단기적 주가 하락 불가피 진단…“내년 실적 영향은 제한적”
증권가에서는 이번 미수금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의 문제로 한동안 키움증권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앞서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여파로 키움증권은 지난 2분기 815억원 규모의 기타대손상각비를 인식한 바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높은 거래대금과 주주환원 정책, 호실적 전망 등에 힘입어 좋은 흐름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 주가가 부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 연구원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다른 증권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증권업계 전반에 내부통제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키움증권이 증거금율을 높인 다른 종목들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 시장에 추가적인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증권사는 키움증권의 대규모 미수금이 확인된 이후 종목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KB증권은 키움증권에 대해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내려잡았다. 단, 투자의견은 ‘BUY’(매수)를 유지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영풍제지의 거래정지가 풀리고 반대매매가 종료된 이후 키움증권의 일차적인 예상 손실금액이 집계될 것이고 이후 고객 변제 규모에 따라 최종 손실금액이 확정될 것인데, 우선 올해 4분기 실적에 2500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다”며 “이에 따라 키움증권의 올해 연간이익 전망치는 직전 대비 23.3% 하향한 5293억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영풍제지 미수금의 여파가 내년 실적에까지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내놨다.
강승건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경쟁력 중 하나가 미수거래 가능 종목의 범위가 넓고 증거금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레버리지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인데, 상한가 폭이 30%로 확대된 상황에선 증거금률을 더 보수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보수적인 증거금률이 키움증권의 차별성을 축소시킬 수는 있겠으나, 트레이딩 시스템의 높은 충성도를 감안하면 약정 점유율의 큰 변화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4분기 실적을 큰 폭으로 내려 잡았으나, 내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높아진 주주환원율까지 고려하면 미수금 이슈에 따른 주가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