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입자 소송 해마다 2만건 이상…금감원 "연내 보험금 지급 가이드라인 마련"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가 최근 3년간 보험가입자를 상대로 진행한 소송이 5만5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내 보험금 지급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소비자 불편사항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험업권의 소송 건수는 총 5만4464건에 달한다. 이 기간 법적 다툼으로 인한 소송 비용은 약 442억2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21년 2만860건(180억1830억원) △2022년 2만1501건(171억5700만원)이다. 올해에는 상반기까지 1만2130건(88억8300만원)의 소송이 이뤄졌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3년간 생명보험 소송건수는 5812건이며, 소송비용은 105억4700만원이다. 각 사별로는 △삼성생명 1322건(35억8000만원) △한화생명 841건(10억8700만원) △교보생명 682건(9억7300만원) △신한라이프 429건(6억6600만원) △흥국생명 354건(6억5300만원) 등이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 소송건수는 4만8562건으로 생명보험과 비교해 8배 이상 많았다. 소송비용은 336억7600만원으로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각 사별로는 △삼성화재 1만1257건(68억2500만원) △현대해상 8364건(68억4800만원) △DB손해보험 7927건(57억2500만원) △KB손해보험 7227건(60억4900만원) △한화손해보험 3195건(19억100만원) △메리츠화재 3109건(18억19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보험사가 해마다 170억원이 넘는 소송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보험금 산정 및 지급 과정에서 소비자와 분쟁이 빈발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권은 전 금융권 가운데 가장 민원 건수가 많은 업권이다.
최근 3년간 보험업권 민원 수는 생명보험 4만2256건, 손해보험 8만5135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손해보험 관련 민원 가운데 '보험금 산정 및 지급'에 관한 유형은 4만4239건으로 전체의 52%에 달한다.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금 산정 및 지급' 유형 민원이 '보험 모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박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질의하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는 보험사기는 당연히 엄벌해야 하지만, 선량한 불특정 다수에게 책임이 전가돼선 안 된다"면서 "정당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가입자를 잠재적 사기꾼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입 당시에는 쉽게 보험금을 줄 것처럼 가입시키고, 막상 보험금을 청구하면 환자가 알기 어려운 내용으로 지급을 거절한다"면서 "보험사는 환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료자문을 의뢰하고, 소비자에게 '답답하면 소송하라'고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박 의원의 지적에 "일반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지나치게 불편을 겪거나 위법자로 지목된다는 문제점에 공감한다"면서 "주된 민원이 고령층과 관련된 것이라든가 누가 보더라도 지급돼야 할 건은 우선적으로 지급하자는 데 대해 정리해 연내 개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원장은 "보험사기 가담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국민 불편이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거대 보험사는 고객이 낸 돈으로 기업을 운영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매년 170억원이 넘는 거금을 고객에게 돈을 덜 주거나 주지 않기 위해 사용한다"면서 "금감원이 앞장서서 보험사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무분별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