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10.13 07:36 ㅣ 수정 : 2023.10.13 12:17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 질문 많았던 PB 직무 지점 축소지만 대형화에 PB 인력은 줄이지 않아 한국투자증권, PB 인력 개인보다 팀으로 움직임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업황 악화에 하반기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 프라이빗뱅커(PB) 직무는 오히려 감원하지 않고 유지하거나 되려 채용을 늘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 10개 증권사 임직원 수는 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 3곳을 제외한 7곳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증권 업황 악화와 토큰증권발행(STO) 등 신사업으로 리테일·IT 부문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에 증권사들의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전체로 놓고 보면 줄어든 셈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업계 채용규모는 지난해 대비 42% 가량 줄었고,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대면 투자 확산 분위기 속 국내 전체 증권사들의 지점 수도, 지난해 상반기 835곳에서 올 상반기 788곳으로 47곳이 줄었다.
주요 증권사들이 영업 효율화와 전문화를 위해 오프라인 지점 수를 줄이고 있지만, 대신 대형화하면서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PB 인원은 대체로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PB는 과거 종목을 직접 추천하거나 고객을 적극적으로 따라오게 했다면, 요즘은 투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하거나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역할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취업준비생에게 예나 지금이나 PB는 꾸준히 인기를 끄는 직무 중 하나다. 주로 고액자산가(HNW)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쳐 자신의 실적 만큼 두둑한 보수도 챙길 수 있어서다. 특히 인기 PB는 증권사 고위 임원급 연봉보다 높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다는 것도 취업준비생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이러한 달라진 양상에 따라 현업에 있는 증권사 PB들은 자격증이나 영어점수 등 스펙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사교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경험들이 채용에 도움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PB업무가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를 돕는 일이다 보니, 고객들과 신뢰를 쌓는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실무적으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지난해 불황 때부터 인력 축소가 꾸준히 이뤄졌다”며 “다만 영업점을 축소한다고 인력이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점점 대형화 추세가 되면서 오히려 PB 인력은 그대로거나 되려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증권업계는 하반기 신규 채용에 나섰다. 일부 증권사들은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우수한 인재를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일까지 하반기 공개채용 서류접수를 마쳤으며 모집분야는 PB, 금융영업마케팅, 본사영업, 운용, 리서치, 본사관리, 디지털, 플랫폼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입사원 채용에 CEO가 직접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도 오너와 대표이사가 직접 대학을 방문해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특히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오너 경영자로선 이례적으로 코로나19 때 온라인 생중계 설명회(2020~2021년)를 제외하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 직접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고려대와 서울대를 찾아 '헝그리' 정신을 강조했고,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연세대와 한양대를 찾았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은 지점을 팀으로 만들었다”며 “각자 전공이 다르게 해서 서포트를 하고 있고 점점 전문화가 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채용설명회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는 직무 중 하나는 PB로, PB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취업준비생 중 한 명은 "MZ세대는 정보가 많아 혼자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지점에 찾아오는 연령대는 40대 이상으로 아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MZ도 40대가 된다면 그때도 전문가를 찾을지와 PB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며 그에 대비하는 한국투자증권의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가 과거에는 브로커리지 수수료 사업을 많이 해왔는데, 이전에는 관련 정보를 증권사 직원이 가졌던 반면 지금은 정보의 우위가 없어지고 오히려 특정 종목은 고객이 정보가 더 많이 알 수도 있다"며 "지금의 PB는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를 모두 하는데, 자산관리에서는 채권과 PF, 해외자산도 많이 편입하므로 이것을 개인이 혼자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질문자는 "팬데믹 이후 지점들이 통폐합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PB들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채용 관련자는 "인구는 줄지만 금융소비자는 늘고 있다"며 "지점을 통합하면서 그 수는 줄지만 영업직원 수는 유지되고 있다. 지점을 대형화하는데, 소형 지점보다 HNW고객들을 상대하기에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에도 점포 대형화를 통해 리테일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근 증권사들 PB는 과거에 비해 금융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고객의 자산관리 역시 여러 자산에 대한 각각의 역량을 지닌 이들이 팀을 이뤄 대응하기도 한다.
한국투자증권 PB의 경우는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팀으로서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PB는 증권사 직원도 심지어 혼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점 내 팀을 만들어 각자 분야가 다르게 서포트한다.
PB 한 사람이 복잡한 많은 정보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각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갖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PB전략부장은 "과거에 비해 금융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며, 고객들의 금융지식도 높아지면서 고객 자산관리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의 전문역량을 지닌 전문가가 팀을 이뤄 대응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팀으로서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각자 두드러진 전문성과 활약을 보여줄 PB는 우수 PB로 선정하고 그 노하우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