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0.02 05:00 ㅣ 수정 : 2023.10.02 05:00
올해 글로벌 폴더블 시장 규모, 지난해에 비해 최대 50% 커질 전망 LG전자, 최근 한국 브랜드 최초 폴더블 노트북 'LG 그램 폴드' 출시 대만 브랜드 에이수스, 지난해 한국시장에 폴더블 노트북 선보여 혁신적 폼팩터와 가격이 국내 소비자 공략 성공의 열쇠 쥐어 삼성전자, 화면 크기 4분의 1로 작아지는 혁신 폴더블 노트북 출시 카드 '만지작' 전세계 폴더블 OLED 출하량 2027년에 6100만대로 대폭 커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근 수년 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큰 혁신을 꼽으라면 단연 ‘폴더블(Foldable·접을 수 있는)'이다. 스마트폰을 접고 펼치는 폼팩터(제품 형태) 변화는 그동안 직사각형 바(Bar) 형태가 지배해 온 스마트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유력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글로벌 폴더블 시장이 40~50% 성장할 것으로 점친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구글, 화웨이, 모토로라 등 후발 주자들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가운데 애플도 오는 2025년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보여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노트북 시장에도 폼팩터 변화가 감지돼 눈길을 끈다. 특히 그 중심에 '초경량 노트북 강자' LG전자가 있어 주목된다.
LG전자는 지난 25일 한국 브랜드 최초로 폴더블 노트북 ‘LG 그램 폴드’를 출시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은 LG 그램의 초경량·대화면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화면을 접었다 펼치는 자유로움을 더해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화면 패널 뒤에 자리잡아 화면 글자와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얇고 구부리기 쉬운 자발광(自發光)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강점이 두드러진다.
완전히 펼치면 17형 대화면(대각선 길이 약 43cm)으로 커져 노트북으로 활용하고 화면을 접으면 12형(대각선 길이 약 31cm)으로 태블릿이나 전자책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화면을 펼쳤을 때 가장 두꺼운 부분 두께는 9.4mm로 얇다. 또한 최대 17형 대화면과 72와트시(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본체 무게가 약 1250그램에 불과해 휴대성이 매우 우수하다.
OLED 장점인 압도적 명암비와 블랙 표현을 비롯해 디지털영화협회(DCI: Digital Cinema Initiatives)의 표준 색 영역 DCI-P3를 99.5% 충족해 색 표현이 풍부하고 자연스럽다.
이밖에 미국 인텔의 최신 13세대 프로세서와 최신 저전력 메모리가 탑재돼 성능이 뛰어나며 제품에 내장된 3개 스테레오 스피커는 화면 전환에 따라 자동으로 왼쪽, 오른쪽을 파악해 최적의 소리를 전달한다.
폴더블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화면이 접히는 힌지(Hinge·구조물 지지점 일종) 부위는 내구성 검증을 위해 3만 번에 이르는 접힘 테스트를 거쳤다.
LG전자는 다양하게 변환되는 폼팩터에 발맞춰 최적의 UI/UX 및 다양한 주변 기기와의 연결성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좁은 공간에서 접은 형태로 사용하면 아래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활성화하고 노트북으로 사용한다. 또 가상 키보드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아래 화면에 블루투스(Bluetooth) 키보드를 블루트스로 연결하면 아래 화면은 자동으로 꺼진다.
또 노트북을 가로로 세워 책처럼 화면 가운데를 살짝 접으면 화면이 자동으로 전환되고 비율이 조절돼 이북(e-book)이나 문서를 읽는데 편리하다. 특히 태블릿처럼 터치 펜으로 필기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키보드나 마우스가 없어도 터치를 통해 화면을 켤 수 있다.
LG전자는 “노트북을 펼쳐 세로로 세우면 하나의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다”며 “화면을 상하로 분할하면 영상를 감상하면서 편집 작업을 하는 유튜버나 여러 작업을 동시에 띄워 놓고 검토하는 디자이너에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등장한 폴더블 노트북이 LG 그램 폴드가 처음은 아니다.
대만 브랜드 ASUS(에이수스)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 17인치 폴더블 OLED 노트북 ‘젠북 17 폴드 OLED’를 공식 출시하고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도 판매했다.
17인치 고성능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젠북 17 폴드 OLED는 17인치 패널을 완전히 펼치면 태블릿 모드나 데스크톱 모드로, 90도 접으면 블루투스 키보드 및 터치패드를 연결해 12인치 노트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이수스도 자사 독점 기술이 적용된 힌지를 3만번 이상 접고 펴는 테스트를 거쳐 폴더블 폼팩터 완성도를 높였다.
에이수스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내 유명 IT(정보기술) 유튜버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사용해 볼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혁신 제품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으며 에이수스에서 야심차게 시도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폴더블 노트북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새로운 폼팩터와 비싼 가격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LG 그램 폴드 출고가는 약 500만원, 젠북 17 폴드 OLED 출고가는 약 430만원으로 일반 폼팩터의 프리미엄 라인업(제품군)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비싸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도 접고 펼칠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하기는 하다”며 “하지만 1세대 제품이다 보니 내구성에 대한 확신이 없고 거기다 가격까지 비싸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30대 박모씨는 “20·30대 중에 이미 노트북과 태블릿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공부나 업무용으로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다만 IT기기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혁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LG전자가 발 빠르긴 했지만 삼성전자도 폴더블 노트북 출시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국내 양사의 시장 점유율 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으로부터 ‘멀티 폴더블 전자 기기’에 대해 특허 승인을 받아 폴더블 노트북 출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제품은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를 함께 접을 수 있는 형태다. 노트북 화면을 닫고 세로로 접으면 완전히 펼쳤을 때보다 크기가 4분의 1로 축소된다. 노트북과 키보드를 분리한 뒤 각각 접을 수도 있어 폴더블 태블릿PC로도 활용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손잡고 ‘갤럭시북 폴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열린 ‘제23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K-Display 2023)’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여준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력은 갤럭시북 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행사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화면을 한 방향으로 늘릴 수 있는 ‘플렉스 슬라이더블 솔로(Flex Slidable Solo)’ △양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렉스 슬라이더블 듀엣(Flex Slidable Duet)’ △두 번 접을 수 있는 ‘S’자형 폴더블 △안으로 두 번 접는 ‘G’자형 폴더블 등 다양한 폼팩터로 현장에 있던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발간한 ‘2023 OLED 부품소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 OLED 출하량은 2200만대로 예상된다. 이후 연평균 29%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61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 모니터, 노트북 등 IT(정보통신) 제품용 OLED가 주축인 만큼 폴더블 OLED 성장은 곧 폴더블 노트북 성장을 뜻한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7인치 폴더블 노트북용 OLED 패널’ 양산에 돌입해 IT용 OLED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뽐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 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는 평가가 많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급성장하고 있다”며 “폴더블 노트북도 대중화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폼팩터에 새로운 변화를 주며 다양한 제품 개발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며 “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