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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2

(36) 필리핀, 아닐라오 3-6, 조류와의 싸움② 무림의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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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9.21 10:26 ㅣ 수정 : 2023.09.21 10:26

강한 조류로 고군분투하면서 체력 소모도 많았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해
무림고수=영문학과 다이빙 강의하는 윤 모 교수...그의 보조호흡기 받아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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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 중인 윤 교수 / 사진=최환종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이렇게 강한 조류에서 계속 전진하면 공기 소모가 빨라져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후 서 대표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필자는 서 대표에게 공기 잔량이 60바 정도임을 수신호로 알렸다.

 

서 대표는 알았다고 하고는 비교적 조류가 약한 쪽으로 이동해서 안전정지 수심으로 올라갔다. 배 위에 올라가서 공기 잔압을 확인해보니 공기는 불과 10바 정도만 남아 있었다. 그만큼 수중에서 조류와 싸우느라 공기소모가 많았고 다이빙 시간도 많이 짧아졌던 것이다.

 

에리카 포인트에서의 다이빙을 마치고 배 위로 올라온 일행은 모두들 ‘조류가 상당히 강해서 전진하는데 어려움을 겼었다’는 얘기를 한다. 필자는 나 혼자만 조류 때문에 힘들었던 것으로 생각했는데 남들도 그랬다니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사실 바다 속에서는 체력 소모도 많았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었다.

 

서 대표는 Instructor Trainer이니까 그렇게 강한 조류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다이버들 특히 여성 다이버가 그렇게 강한 조류에서 문제없다는 듯이 앞으로 전진할 때는(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내 체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가 하고 자책하고 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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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뿔 같이 생긴 산호. 정식 명칭은 Porites Cylindrica. Hump coral(혹 산호)라고도 한다. 1~11m의 얕은 수심에서 서식하고 서태평양, 일본, 동남아의 암초에서 발견된다. / 사진=최환종

 

여기서 잠시 화제를 이 여성 다이버로 돌린다. 필자는 수중에서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대열 후미에서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첫날 다이빙을 할 때 대열 후미에서 이 여성 다이버의 유영하는 모습을 간간이 봤다. 그런데 Fin Kick 하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때는 이 여성 다이버가 다이빙 강사라는 것을 몰랐다.

 

아마 이 여성과 동행한 다른 여성이 그날 오픈워터 자격증 실기 마지막 과정이라기에 이 여성은 그저 경험 많은 젊은 다이버로서 다이빙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정도만 생각했지 다이빙 강사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가 이틀째 되는 날, 보트 위에서 그 여성 다이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상대방의 직업을 알게 되었다. 그 여성 다이버는 某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윤 00 교수(이하 윤 교수로 호칭)로서 체육학과 학생들의 다이빙 교육(영어 원서 교재) 때문에 체육학과장의 권유로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영문학 강의와 더불어서 체육학과 학생들에게 다이빙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가끔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나니 바다 속에서 보았던 윤 교수의 Fin Kick 자세가 이해가 되었다. 어쩐지 수중에서 유영하는 자세가 초보자 같지가 않더라...

 

그리고 둘째 날, 두 번째 다이빙을 마칠 때 쯤해서 필자의 잔압계는 이미 빨간색으로 내려와 있었고, 안전정지 수심에 이르렀을 때는 3분간 안전정지 하기에 공기가 부족할 것 같아서 윤 교수에게 보조호흡기를 요청했고, 윤 교수의 보조호흡기를 받아서 호흡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얼마만에 해보는 보조호흡기 호흡인가... 필자는 수중에서 호흡량이 많아 늘 공기 부족에 시달렸지만 타인의 보조호흡기를 요청할 정도로 무리하지는 않았다. 타인의 보조호흡기를 받아서 호흡을 한 것은 다이빙을 시작한 이래 이날이 3번째 또는 4번째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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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조류 때문에 산호가 왼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날 겪은 조류는 이제까지 만난 조류 중 가장 강했다. / 사진=최환종

 

그동안 필자는 200여 회의 다이빙 횟수에 너무 자신만만해 있었다. 어제는 강한 조류에서 헤맸고, 오늘은 공기 부족으로 타인의 보조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윤 교수의 보조호흡기를 받아 호흡을 하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역시 무림에는 숨어있는 고수가 많구먼...” 윤 교수가 무림의 고수인 셈이다. 그저 연약한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첫째 날로 돌아간다. 첫날, 두 번의 다이빙을 마치고는 리조트로 돌아와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한 후에 세 번째 다이빙을 갔다. 행선지는 리조트에서 가까이 있는 ‘몬테칼로 포인트’. 방카 보트를 타고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포인트로서 수심이 비교적 얕고 거북이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다이빙 시간은 48분, 최대수심 19.6m(평균 수심 9.1m), 수온은 29도, 수중 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이날 서 대표에게서 거북이 종류와 그들의 습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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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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