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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생존법-①

‘양날의 검’ 된 기업대출···경기 부진에 건전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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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9.19 08:57 ㅣ 수정 : 2023.09.19 08:57

5대 지방은행 기업대출 잔액 반기 만에 12% 쑥
지역 기업 유동성 지원···이자 이익 증대 효과도
경기 부진 여파에 중소기업 직격탄···연체율 급등
거점 기반 영업 범위에 대기업 고객 확보 제한적
잠재 부실 대비 충당금 적립 확대···순익에 영향

지방은행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들의 업황 악화가 지방은행 건전성까지 전이되고,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을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붙는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지방은행이 처한 현재 상황과 위기 돌파 전략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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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고금리 기조 속 지방은행의 기업금융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지역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으로 동반 성장 환경을 조성했지만, 동시에 경기 부진으로 인한 기업들의 업황 악화가 지방은행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거점 지역에 밀집한 중소기업 중심의 상환 능력 약화는 기업금융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지방은행들은 현재의 건전성에 대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불확실성 해소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 합계는 117조9297억원으로 전년 12월 말(105조661억원) 대비 12.2%(12조8636억원) 증가했다. 

 

지방은행들의 기업대출 집중도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각 은행의 원화대출금 중 기업대출 비중은 부산·경남은행이 각 68.2%로 가장 높았고 △대구은행 62.8% △광주은행 58.7% △전북은행 54.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은 지역에 밀착한 관계형 금융 성격이 강하다. 설립 목적 중 하나가 지역 경제 발전 도모인 만큼 기업대출 추이는 각 지역 기업들의 유동성과 직결된다. 최근 지방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자금이 필요한 지역 기업에 대출을 공급해주는 건 지방은행의 의무”라며 “기업대출 확대는 해당 지역에 있는 기업들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 효과가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을 포함한 여신 잔액이 늘어나면서 지방은행의 이자 이익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지방은행의 올 상반기 누적 이자 이익 합계는 2조7399억원으로 전년동기(2조5060억원) 대비 9.3% 증가했다. 

 

문제는 기업대출 확대와 경기 부진이 맞물려 나타난 잠재 부실 우려다. 대출에 적용된 금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지역 경기도 악화되면서 제조업·건설업·숙박업 등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 2분기 기준 5대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계절조정 후)은 0.32~0.77%다. 전년동월(0.20~0.41%) 대비 상단이 0.36%포인트(p) 급등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된 게 연체율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경기 변동성에 취약한 중소기업이 뇌관으로 지목된다. 올 2분기 기준 5대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대에 달한다. 중소기업 업황에 따라 지방은행의 건전성도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지역별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부산 72 △대구·경북 66 △광주 74 △전북 73 등으로 집계됐다. 전년동월과 비교하면 최대 15p 하락했다. BSI는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 응답이 긍정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중소기업 경영은 특히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건전성 우려도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금리까지 올라버리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부실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고객사들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에 전체 대출 증가액 중 50%를 중소기업 대출로 메우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의 요구로 일전 비율(60%)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위험을 조절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우량 차주인 대기업 대출 확대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대기업 고객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어려운 영업 환경 때문이다. 

 

다른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 의무 비율 완화로 다른 대출을 실행할 여력이 생겼지만 대기업 대출이 당장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기업들은 주로 국책은행이나 시중은행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은행은 조달금리가 높기 때문에 대출금리나 한도 부분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방은행들은 현재의 건전성 지표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잠재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은 이어가고 있다. 경기 회복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손실 흡수를 위한 ‘방파제’를 쌓는 것이다. 

 

충당금은 나중에 리스크 요인이 해소되면 환입할 수 있다. 다만 당장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5대 지방은행이 올 상반기 쌓은 충당금은 4776억원으로 전년동기(2988억원) 대비 59.8% 급증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잠재 부실 우려 등이 유효한 만큼 적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지방은행에 대한 충당금 부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에 불확실성에 대비한 ‘보수적 산정 기준’을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향후 불확실성이 많이 크기 때문에 금융감독원과 논의해서 (은행권에) 충당금을 더 많이 쌓게 하고, 금융당국의 판단에 의해 쌓는 대손적립금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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