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상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완화를 연기하면서 보험사의 상조업 진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19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말 예정됐던 금산분리 완화 방침을 무기한 연기하고 추가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다.

보험사가 상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현행 시행령은 보험사의 업무범위에 상조업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에 따르면 보험사 등 금융회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다른 업종 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금산분리 완화는 현행 금융지주와 은행의 금융사 출자한도 확대를 골자로 한다. 보험업계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이후 비금융 자회사 설립이 가능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상조업 진출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미뤄지면서 상조업 진출 역시 늦어지게 됐다.

생보업계는 상조업을 미래 수익모델로 삼고 진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해 7월 금융위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에 생보사의 상조업 진출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36개 세부과제에 보험사의 '자회사 투자 제한 완화'를 포함했다. 생보사들은 이에 발맞춰 상조시장 진출을 위한 자회사 설립‧상조회사 인수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생보사가 상조업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으로는 상조산업의 성장이 꼽힌다. 상조업체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5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선수금 규모는 8조3890억원으로 지난해 9월 7조8974억원과 비교해 4916억원 상승했다.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의 선수금은 2조원 규모를 넘어서기도 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요양과 상조서비스 진출을 통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높은 수준의 요양‧장례서비스를 제공해 생보사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시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규제가 완화되지 않은 만큼 생보업계에서도 상조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할부업으로 분류되는 상조업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어서 현행법상 보험사는 상조회사와 연계해 상조보험, 장례보험 등의 서비스만을 제공할 수 있다.

생보업계는 상조회사를 차리는 방법이 아닌 상조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장례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조업에 진출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지난달 농협파트너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보험계약자 및 가족에게 농협파트너스의 장례지원 서비스 상품을 특별 가격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동양생명도 상조회사와 제휴를 맺고 피보험자 사망 시 제휴 상조업체의 VIP 상조 서비스를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생보사의 상조 자회사 설립보다는 소규모 상조회사 인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홍중 생명보험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은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상조업은 수익성이 열악하고 어려운 소규모 영세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생보업계에서 진출한다면 새로운 상조회사를 차리기보다 기존의 어려운 업체를 인수해 자본력을 높여 서비스를 할 듯 싶다"고 말했다.

상조업계는 자본력이 큰 보험업계가 상조업에 진출하면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형사의 고객이 인지도가 큰 보험사로 이탈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다수의 상조회사가 폐업 수준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험사가 상조업에 진출하게 되면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며 "중소업체의 경영이 악화되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가 상조업에 진출한다면 기존 상조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권 전반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상조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진출 여부를 검토한 곳은 있지만, 관련 규제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생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고객의 생애 전반에 걸친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상조업 등 생애주기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생보사의 수익원 발굴은 물론 상조서비스의 질 또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상조업 진출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