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사외이사 증가세…지배구조 평가 부진 씻어낼까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가가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지배구조(G) 평가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던 증권사들이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앞두고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KCGS)의 지배구조 평가를 받는 국내 증권사 26곳의 사외이사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05명이다. 이는 지난해 말(99명) 대비 6명 늘어난 수준이다.
해당 증권사들의 사외이사가 총 100명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90명을 넘긴 사외이사 수는 2020년 99명까지 늘어났으나 이후 세 자릿수를 넘기지 못하고 90명대 후반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증권사별로는 상상인증권의 사외이사가 지난해 말 1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4명으로 늘어나며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인증권은 앞서 KCGS 지배구조(G) 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 수준인 D등급을 받은 바 있다.
상상인증권은 올해 3월 기존 사외이사던 정동원 전 L&P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임기를 모두 마치고 물러난 뒤 △박연화 전 금융감독원 홍콩사무소장 △임병순 전 금감원 정보화전략실 연구위원 △남종훈 전 대통령실 행정관 △박종오 회계사 등을 신규 선임했다. 해당 사외이사들의 임기는 2025년까지 2년간이다.
상상인증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늘린 것은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진행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6명에서 올해 2분기 8명으로 사외이사를 총 2명 증원하며 해당 기간 사외이사를 두 번째로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기존 사외이사 6명을 모두 재선임했으며, 이외에 지영조 전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담당 사장과 이성규 베어스톤 파트너스 경영자문 부문대표가 사외이사진에 새로 합류했다.
DB금융투자도 같은 기간 사외이사를 기존 3명에서 1명 충원한 4명으로 구성했다. 기존 사외이사던 김건섭 전 금감원 금융투자서비스국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이은태 전 금감원 회계감독1국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지난해 KCGS 지배구조 평가를 받은 증권사 중 A등급을 받은 곳은 2곳(신한·KB)으로. 전년 4곳(현대차·KB·대신·NH) 대비 2곳이 감소했다.
지난해 ESG 모범규준이 개정되면서 평가모형도 대폭 변경돼 ESG 경영체계 도입 이후 고도화를 이루지 못한 기업들은 등급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KCGS 평가는 매년 11월 전후로 진행되는데, 사외이사 수도 지배구조 등급 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최근의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추후 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KCGS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평가 기준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으나, 사외이사 수를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진다면 평가에도 반영될 것”이라며 “다만 사외이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등급이 상향되는 것은 아닌 만큼, 각 회사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CGS는 지난해 ESG 평가 보도자료에서 평가모형이 글로벌 기준 및 ESG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개편된 만큼, 이사회 및 최고경영진 중심의 중장기적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KCGS는 보도자료에서 “ESG 수준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이사회 및 최고경영진 중심의 ESG 관행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며 “근본적인 ESG 체질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의 ESG 평가 피드백 대응 등 실무진 중심 개선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