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증권사들의 신규 부동산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여전히 부동산 익스포져(위험 노출액)가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딘 데다 만기가 연장되는 등 익스포져가 회수되지 않아서다.
5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의 부동산 우발부채와 대출채권, 사모사채, 지분증권, 부동산펀드 및 리츠 등을 모두 포함한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상반기 말 4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 47조9000억원과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올해 증권사의 신규 부동산 금융 영업이 사실상 전무했던 점을 고려 시, 과거 투자했던 금융 익스포져가 여전히 회수되지 않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증권사의 국내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의 상당부분이 만기 연장되면서, 초대형 증권사를 제외하고 부동산 PF 손실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일례로 올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이던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져 5조2000억원 중, 약 73%에 해당하는 3조8000억원이 만기 연장됐다.
브릿지론(토지매입 등 사업초기 소요되는 단기 차입금) 사업장의 80%가 만기 연장됐고, 본PF 사업장의 경우 절반가량이 만기 연장됐다.
본PF는 브릿지론 대비 분양대금 유입 등 상환을 통해 해소된 사업장이 많았으나, 브릿지론은 부동산시장 투심이 위축돼 본PF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의 경우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지역 오피스 투자 형태로 구성됐는데, 관련 시장 위축이 지속됨에 따라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이었던 2조6000억원 중 약 90%가 만기 연장됐다.
이에 대해 나신평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한다면 만기 연장 방식이 익스포져 해소에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만기 연장으로 이자 부담 증가·사업성 하락 등으로 최종 손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정부의 지원 속 PF 시장이 일정 부분 방어하는 것으로 보이나, 2024년 주거용 및 비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크게 반등하지 못한다면 결국 디폴트 사업장들이 다수 출현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9월 금융 위기설'이 돌았으나,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위험성이 낮아지는 등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서는 부동산 PF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만큼, 과도한 우려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지난 3일 모여 '9월 금융 위기설'에 대해 논의한 결과,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들의 판단 배경에는 금융 시장 불안의 뇌관인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의 상승세가 둔화한 것이 작용했다. 부동산 PF 대출의 만기도 특정 시점에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포해 9월 만기 도래 규모가 크지 않다고 봤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리스크는 지난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별 상황에 맞게 자체적으로 선제 대응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금융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