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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40년, 사라지는 미래 (12)

'이민정책' 저출산 돌파구 될까…"근본적 해결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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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입력 : 2023.08.24 08:30 ㅣ 수정 : 2023.08.24 08:30

노벨상 수상자 마이클 크레이머 "돌봄 이민, 韓 저출산 해결책"
정부-서울시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 연내 시행 예정
"이민정책, 노동인력 확보 효과 있으나 저출산 대책 될 수 없어"

대한민국은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을 기록한 이래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학령인구‧병역자원‧생산인구‧총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수십조원을 투자해왔으나 출산율 하락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저출산 정책의 진단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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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민정책이 노동인력 확보 정책일 뿐 저출산 대책과 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관련 제도 도입을 둘러싼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는 올해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선진국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 정책으로 경제활동인구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비자를 노인‧아동 돌봄 서비스 등 특별 영역에 한해 발급하고, 외국인 근로자 가족 전체가 아닌 개인에게만 제공한다면 정치적, 문화적 저항을 낮출 수 있다"면서 "이민을 확대하면 노인이나 아이를 돌보느라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돼 재정 수입이 확대될 수 있고, 경력단절여성 인력이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서 임금 불평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도 저출산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가사근로자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해 돌봄인력 부족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E-9(비전문취업) 비자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빠르면 올해 안에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대상은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시 전체 자치구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약 100명 규모로 계획됐다. 이용자는 자녀를 육아 중인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 등을 중심으로 하고 소득‧지역 등이 편중되지 않도록 배분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는 육아로 인해 양육자가 겪게 되는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고, 반대로 일을 하기 위해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에게 육아 서비스를 제공해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 제도를 수십년간 운영 중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한국과 함께 합계출산율 최하위권이다. 유엔 세계인구 전망 2022년'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기준 홍콩은 합계출산율 0.75명으로 세계 238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고, 싱가포르는 1.02명으로 밑에서 다섯 번째를 기록했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19일 서울시가 주최한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이하 토론회)'에서 "누군가가 아이를 봐주는 것 또는 저임금 정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제도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부모의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욕구가 커 이에 대한 고려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4번째로 긴 점도 제도의 효과에 대한 의문점으로 지목된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근로시간 단축 정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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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7월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육아)인력 도입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석 내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 저출산-노동인구 감소 맞물려 '저출산 대책' 착시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는 단순히 육아인력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인구 감소에 따른 이민정책 활성화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론회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은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외국인 간병 및 노인 돌봄서비스 인력 도입, 우수한 외국 인재 유입방안 등 다가오고 있는 이민사회와 외국인력 활용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취임사에서 화두를 던진 이민청 설립 역시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인력 부족을 이민자 수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민자 유입 확대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민정책은 단기적인 노동인력 확보라는 면에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저출산 대책은 될 수 없다"면서 "저출산 문제와 노동인력 확보는 다른 층위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둔 채 외국에서 인력을 유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를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인데, 이민정책으로 출산율을 제고할 수 없다는 것은 다른 국가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면서 "저출산과 노동인구 감소 문제가 엮여 있어 '저출산 해결책'이라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출산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서 육아인력 지원만으로 출산율 제고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돌봄노동 인력이 필요한 상황은 맞다"면서 "돌봄인력 확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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