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이자 장사’ 더 심해져···이익 기반 다각화 필요성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역 경제 침체와 건전성 악화로 지방은행의 수익성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자 장사’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영업 이익의 거의 100%를 이자 이익으로 채울 만큼 편중화가 심화됐다. 금리 변동성에 따라 전체 이익 규모가 휘청일 수 있는 구조다.
지방은행들도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비(非)이자 이익 증대를 꾀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체로 비이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시장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유망한 공략 분야도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의 올 상반기 누적 영업 이익 중 이자 이익 비중은 83.9~99.9%로 집계됐다. 전체 영업 이익 중 해당 비율만큼을 대출 등에서 나온 이자로 벌어들인 구조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은 올 상반기 7734억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는데, 7477억원(96.2%)이 이자 부문에서 나왔다. 경남은행 역시 영업 이익 5029억원 중 이자 이익은 4915억원(97.7%)에 달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광주은행은 올 상반기 영업 이익 4226억원 중 4115억원(97.3%)을 이자 이익으로 채웠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총 영업 이익 3171억원 중 이자 이익이 3168억원(99.9%)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이자 이익 비중이 100%다.
대구은행은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영업 이익은 8089억원인데 이자 이익은 7239억원(89.4%)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이자 이익은 줄었는데, 비이자 이익이 늘어난 게 비중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긴축 정책으로 시장금리가 뛰면서 은행의 이자 이익도 늘어나고 있다. 고객이 맡긴 예금을 활용해 대출을 내주고, 이에 따라오는 이자로 이익을 내는 은행업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최근 은행권에선 이자 이익 비중 낮추기에 분주하다. 금리 수준에 따라 요동치는 이자 이익만 보기에는 실적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자 이익과 비이자 이익을 두 기둥으로 삼아 안정적 이익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들도 비이자 이익 비중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뚜렷한 묘수는 감지되지 않는다. 통상 은행의 비이자 이익은 수수료와 자산관리(WM), 방카슈랑스 등에서 나오는데, 모두 넓은 고객 인프라와 수요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WM이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히지만 지방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WM 영업의 주 고객층인 고액 자산가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접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반 진입이 어렵다보니 노하우 측면에서도 은행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지역 자산가들 중에서도 지방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수도권은 시중은행이 워낙 꽉 잡고 있다 보니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며 “프라이빗뱅커(PB) 숫자도 차이가 많이 나고 아직 더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유가증권 투자에 따라 비이자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안정적 수익원이라고 보긴 어렵다. 증시나 채권 시장에 따라 오히려 적자를 낼 수도 있다. 지방은행의 주력 분야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의 경우 최근 부실 우려가 잇따르면서 확장이 어려워졌다.
다른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유가증권은 시장의 영향을 많기 받고 엑시트(Exit) 타이밍에 따라 손익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않고, PF에서 나오는 중개 수수료도 부동산 업황 악화로 부진하다”며 “비이자 이익이 잘 나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 시장의 영향이 좌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비금융 신사업에 뛰어들어 수익화하는 방향도 높은 벽이 존재한다. 은행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분리) 원칙에 따라 진입할 수 있는 분야가 한정적인 데다, 초기 비용·인력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지방은행들의 비이자 이익 증대가 부진한 사이 이자 이익을 떠받쳤던 시장 상황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방은행은 주 고객층이 중·저신용자나 지역 소상공인·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은행에 유입되는 이자도 큰 구조였지만 지역 경기 악화 영향에 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저신용자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이 영향력으로 키워가면서 고객 이탈 위험성이 커지고 있고, 기업대출도 경기 상황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특히 지방은행은 수익성 높은 대출을 취급하는 대신 건전성 위험도 떠안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