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사정 칼날 ‘가상자산’ 정조준…불량 김치코인 ‘긴장’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가상자산 사건 전담 수사 조직이 탄생하면서 김치코인 등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사정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전일 검찰과 금융감독원, FIU, 국세청, 관세청,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등 7개 국가기관 등에 소속된 조사・수사 전문인력 30여명으로 구성된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이 공식 출범했다.
합수단은 금융・증권범죄 중점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다. 합수단 초대 단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금융·증권 수사통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정렬 현 서울 중앙지검 공판 3부 부장검사가 맡았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 2021년 대검 선정 증권금융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 ‘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수사기관에 가상자산 수사를 전담할 상설 조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600만명 이상이 참여해 매일 3조원 넘게 거래되는 등 이미 주식에 버금가는 투자상품임에도 법령과 제도 미비로 시장참여자들이 사실상 법의 보호 밖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국회에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등에관한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다. 다만 법 시행까지 1년여가량 남아있는 데다 가상자산 공시 의무, 발행과 유통 등 거래 규율 등 시장질서 규제 보완방안(2단계 법안) 등 아직 후속법령 정비 등 시행까지 규제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규제 공백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거래 등으로부터 가상자산 시장참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합수단을 출범시켰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우선 합수단은 ‘부실·불량 코인 발행·유통’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기로 했다.
합수단은 가상자산 발행·유통업체에 대한 건전성·사업성 분석 및 이상 거래 추적을 통해 범죄 관련성을 사전 검토하는 ‘조사·분석팀’과, ‘조사·분석팀’ 검토 결과를 토대로 수사대상을 선정해 수사와 범죄수익 환수를 담당하는 ‘수사팀’ 체계로 운영된다.
상장폐지된 가상자산 등 이미 피해가 현실화된 부실·불량 코인의 발행·유통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중심으로 수사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국내 5개 원화마켓과 22개 거래소의 코인마켓에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상장폐지된 가상자산은 1053종,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것은 1010종에 달한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상반기 동안 원화마켓에서만 37개 가상자산이 추가로 상장폐지되는 등 투자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당분간 합수단의 수사는 국내에서 원화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치코인은 대부분 국내 거래소에 단독 상장되면서 거래 검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가격변동성이 커 시세조종 등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 유의 지정 및 상장폐지 종목의 대부분은 김치코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합수단의 수사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국산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 거래소 코인원의 ‘상장피(fee)’ 의혹,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의혹, 예치서비스 업체 하루인베스트·델리오 입출금 중단사태, '위믹스'의 발행사 위메이드의 사기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합수단 출범으로 기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검찰 조직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 건을 합수단과 어떻게 배분할지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다.
특히 김남국 의원 사건의 수사 이관 여부 등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른 정치인 가상자산 의혹과 관련해 합수단이 수사에 직접 나설지도 주요 관심사다.
검찰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과 관련해선 합수단으로 사건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개별 사건별로 이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앞으로 국민재산 보호와 국가경제 발전을 제1의 목표로 삼아, 유관기관과 함께 건전하고 투명한 가상자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