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회사서 수립한 육아복지 제도...가족친화 문화에 중점
한때 한국은 온 사회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저출산을 독려했다. 그런데 불과 약 반세기 만에 한국 사회는 정반대 현실에 놓였다. 젊은 층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며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 들었고, ‘인구절벽’의 기울기가 날로 가팔라지고 있다.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적·정서적 부담과 일·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때문에 저출산은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했고, 실제 기업들에서는 출산·양육 친화 사내문화 조성으로 해법 모색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출산·양육 정책’을 총 30회 시리즈 기획을 통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DL이앤씨는 건설사 가운데 가장 체계적인 육아 복리후생을 수립하는 건설사로 주목 받고 있다.
건설은 사업 특성상 남성 근로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남초’ 업계다. 그로 인해 여성 임직원들을 위한 복리 후생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더불어 다수의 임직원들이 해외·지방 현장파견으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적절한 육아 환경을 조성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DL이앤씨는 이와 같은 업계 특성을 고려해 모성보호 대상자를 위한 다양한 육아지원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육아의 각 단계에 필요한 지원방안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프로그램'과 '해외 임직원 대상 가족문화 행사' 추진 등이다.
이처럼 DL이앤씨의 육아 복리후생에는 육아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운 건설업계의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있다.
25일 DL이앤씨에 따르면 소속 임직원들은 출산과 육아 과정을 △임신기 △출산기 △양육기 등 3단계로 나눠 각 단계에 필요한 육아 복지를 지원받는다. 모성보호 대상자에게 건강한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우선 임신기에는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들을 위해 임신기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이와 함께 단축근무를 적용해 일일 6시간 근로를 기본 방침으로 삼았다. 재택근무와 단축근무 모두 급여 차감 없이 전액을 그대로 지급한다.
임신으로 다가가는 첫 단계인 난임도 임신기 범위에 포함된다. 여성 임직원과 남성 임직원 구분 없이 난임 휴가 3일에 300만원 한도 내 난임 치료비를 지원받는다. 또 임산부와 배우자 태아 검진비와 유산·사산의 경우 별도의 휴가가 제공된다.
출산기에는 임신한 여성 임직원에게 출산 전후로 유급휴가 90일(다태아일 경우 120일)이 주어진다. 이 경우 심리적인 부담감을 지우기 위해 모든 출산 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 배우자에게는 동일한 출산휴가 명목으로 10일의 유급 휴가가 적용된다.
나아가 DL이앤씨 임직원들은 자녀를 낳을 때마다 출산지원금이 나온다. 첫째와 둘째를 낳을 경우 30만원, 셋째 이상을 낳을 경우 300만원이 출산지원금으로 지급된다.
생애주기별 육아지원의 마지막 단계인 양육기에는 최대 1년의 육아휴직이 제공된다. 이 경우 역시 남녀 구분이 없으며, 전 기간 근속으로 인정된다. 이와 함께 유치원에서 대학 기간 동안 자녀 당 연간 1000만원의 자녀 학자금이 지원된다.
DL이앤씨는 출산 이후에도 1년의 모성보호 기간을 둬 안정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사옥 내에는 어린이집 ‘한숲어린이집’을 운영해 근로시간 동안 육아 걱정을 덜어줬다. 사내 의무실에서는 1일 2회 30분 모유 수유가 가능하도록 모성보호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DL이앤씨는 가족 단위의 육아복리후생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는 별개로 연간 최대 10일의 ‘가족돌봄휴가’와 연간 최장 90일의 ‘가족돌봄휴직’ 제도가 있다.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자녀 양육 등의 목적으로 긴급하게 가족 돌봄이 필요할 경우 휴직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 '가족 문화 행사'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 추구
건설업은 국내 오지를 넘어 해외까지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본인의 주거지와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DL이앤씨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임직원들을 위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가족문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 중이다.
DL이앤씨의 한 관계자는 “DL이앤씨를 포함한 대다수의 건설사는 해외든 지방이든 현장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다 보니 그분들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주로 기획한다”라며 “서울 근교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캠핑 행사 같은 프로그램을 열어서 현지 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DL이앤씨의 가족친화 문화를 조성하는 주축은 노사 협의 채널인 ‘한숲협의회’다.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기구다.
한숲협의회는 매년 다수의 가족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지난해에는 캠핑 클럽 행사를 개최하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글램핑·카라반 지원을 추진했다. 가정의 달 행사에는 아트피크닉으로 자녀 대상 디뮤지엄, 서울숲 피크닉 지원 등을 제공했으며 해외직원을 대상으로 밀키트, 영상편지 발송 행사 등을 열었다.
이외에도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 지원, 해외직원 가족 대상 추석 선물 배송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가족 행사 문화 등을 지난해 개최했다.
DL이앤씨의 육아휴직 복귀 비율도 업계 상위 수준이다. 지난해 DL이앤씨의 '전년도 육아휴직 복귀 후 12개월 이상 근무 비율'은 남성 80%에 여성 83%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 임직원들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DL이앤씨 여성 임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 인원은 지난 2019년(20명)부터 2020년(26명), 2021년(28명), 2022년(32명) 매년 증가했다.
특히 DL이앤씨는 임직원의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를 목표로 여성 인력을 충원 확대를 중장기 과제로 삼았다. 2022년 기준 DL이앤씨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총 임직원 대비 14.5%이며, 임원의 경우 2.7%다. DL이앤씨는 해당 비율을 2030년까지 각각 16%와 5%까지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DL이앤씨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가족 친화적인 운영,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는 기업 등이 중시되고 있다"라며 "DL이앤씨 역시 이러한 사회적 기조에 맞춰 여성 임직원 비율은 높이는 것이나 여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육아휴직 또한 반드시 여성들만 해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성들의 육아복지고 제고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