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채권매도에 여전채 금리 급등…카드업계, 조달부담에 실적 악화 우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카드업계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새마을금고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조달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이달 13일 기준 4.289%다. 이달 10일에는 4.468%까지 오르며 올해 3월 24일 3.804%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전채 금리 상승 배경으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지적된다. 지속되는 긴축 기조에도 미국 고용시장이 진정되지 않았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확인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연체율 상승으로 뱅크런 우려가 제기된 새마을금고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을 쏟아낸 점도 금리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이 이달 첫 주 순매도한 채권은 3조2143억원 규모다. 특히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가 극심했던 이달 5~6일 사이에는 2조483억원 규모가 판매됐다.
새마을금고가 채권 매도 물량을 급격히 늘렸고, 투자자들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면서 채권금리가 오르는 모양새다.
사업자금 대부분을 채권발행으로 조달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채권금리 상승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여전채 금리가 6.088%까지 치솟았던 탓에 카드사들은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카드사들의 이자비용도 급증했다. 올해 1분기 7개 전업카드사가 지출한 이자비용은 8945억원 규모를 나타냈다. 이는 전년 동기 4568억원과 비교해 95.8%나 증가한 수치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2059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이는 전년 1분기 1316억원와 비교해 56.5% 증가한 것이다. 이어 △KB국민카드 1528억원(전년 946억원 대비 61.5% 증가) △롯데카드 1302억원(전년 609억원 대비 113.8% 증가) △현대카드 1293억원(전년 728억원 대비 77.6% 증가) △삼성카드 1210억원(전년 913억원 대비 32.5% 증가) △우리카드 786억원(전년 474억원 대비 65.8% 증가) △하나카드 766억원(전년 308억원 대비 148.7% 증가) 순으로 이자비용이 컸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5%로 지난해 말 1.1%와 비교해 0.4%포인트(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0.8%에서 1.1%로 0.3%p 올랐다. 연체율이 상승하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커지는 만큼 카드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달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어 대손충담금 적립 부담도 늘었다"면서 "카드론 등 대출 금리인상, 고객 혜택 축소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사태 이전에도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으나, 최근 며칠간 금리가 급등해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금리 상승이 지속된다면 올해 실적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