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위안화 하락에 샌드위치 신세된 한국
올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원화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엔화가 2015년이후 8년만에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 위안화 역시 달러 대비 7.2위안까지 내려가 1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현대경제에서 환율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수출전선에서 일본, 중국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한국은 환율전쟁에서 밀리면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환율하락을 대하는 한중일 3국의 입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올들어 일본 엔화가치가 10.2%, 중국 위안화가치가 5.1% 하락하는 사이 한국의 원화가치는 4.3% 하락에 그쳤다. 엔화와 위안화보다 국가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환율하락폭이 더 적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 여건을 감안한다면 환율하락폭이 일본과 중국보다 적다는 것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한때 140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줄곧 내림세를 나타내며 현재는 1달러당 130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더 크게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원화는 오히려 엔화 및 위안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환율하락이 한국보다 더 가팔라지면서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과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국가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2위, 일본이 3위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임을 고려한다면 이들 국가의 환율하락은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한국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낮아져 수출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현재 원화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추가인상 여부에 따른 달러화 움직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 한국 수출 경기 전망 등을 비롯해 위안화와 엔화 움직임도 원화가치에 영향을 준다.
미 연준이 오는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화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반면, 미국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란 전망으로 인해 원화가치가 오를 것이란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출가격 경쟁력만 놓고 보면 역대급 엔저의 기세에 눌려 기업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이다. 이미 일본은 5월 경상수지가 1조8624억엔 흑자를 기록하는 등 엔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5월 경상수지 흑자액은 지난해 같은 달의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며, 일본은 4개월 연속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갔다. 일본이 엔저 기조를 바꿀 것이란 기미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엔화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경우 한국 수출은 그만큼 힘들어질 전망이다.
실제 한일간 수출경합도가 69.2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역대급 엔저는 해외시장에서 경합하는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P 떨어지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은 0.41%P, 수출 물량은 0.20%P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과 중국이 모두 한국에 대해 무역수지를 기록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환율경쟁력 하락은 앞으로를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6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대일 무역수지는 17억8000만달러, 대중국 무역수지는 13억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범위를 넓혀 1~6월까지의 일본과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102억1200만달러로 확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