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 등 떠밀린 카드업계…"'상생금융' 참여, 리스크 떠안는 것"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의 주문에 은행권이 상생금융을 내놓은 가운데 카드업계도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으면서 동참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조달금리가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열린 후원금 전달식에서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리카드의 상생금융 지원책에는 △금융 취약계층 대상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 운영 △연체채권 감면 비율 10%p 일괄 확대 △전세사기 피해 등 현저한 어려움에 처한 고객 대상 최대 70% 채무 감면 실시 △기존 대환대출 대비 금리 50% 인하한 상생론 출시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 고객 대상 신용대출 금리 기존 대비 4%p 인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영세‧중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사업자금 용도 기업카드 이용 시 카드 이용대금 1% 할인 청구. 점주 인근 상권 및 고객 분석 리포트 제공 및 우리카드 고객 대상 홍보 무상 제공 등 매출 증대 지원도 실시한다.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는 "상생금융과 연계해 소상공인의 물품을 구매하고 사회 취약층에 기부하는 사회공헌사업도 실시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금융 자립을 돕고 선순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중‧저신용자가 주 고객인 만큼 경기 침체기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유념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 전반에 이런 노력이 확산되길 기대한다"면서 "은행‧보험뿐 아니라 카드, 금융투자 등 다른 업권에서도 다양한 상생금융 상품 개발을 노력해 달라"고 했다.
이 원장의 당부에 현대카드는 이달 7일 현대커머셜과 함께 발 빠르게 6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현대카드의 상생금융안에는 △금융소외계층 신규대출 지원 △취약차주 채무정상화 프로그램 운영 △소상공인 대상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현대카드는 다음달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며, 소상공인 마케팅 지원은 10월부터 이뤄진다.
헌대카드는 이번 상생금융 지원방안을 통해 금융 취약계층은 물론 영세사업자, 상용차주, 취약차주 및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 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카드에 이어 현대카드도 상생금융에 뛰어들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상생금융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국의 주문에 금융지주와 은행이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한 만큼 지주계 카드사는 물론 업권 전반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향세를 보이던 조달금리가 다시 오르는 등 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상생금융안을 마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6%대까지 치솟았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2월부터 1분기 하향세를 보이며 3월 24일 3.804%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해 이달 7일 기준 4.400%까지 상승했다.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서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1분기 당기순이익도 모두 감소했다. 1분기 7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 규모를 합산하면 5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7640억원과 비교해 1786억원(23.37%) 감소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발언이 있었던 만큼 각 사들마다 상생금융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면서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지원에 나선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에 직접적으로 상생금융 참여를 요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카드업계 전반에 상생금융이 요구된 적은 없다"며 "수익성, 건전성 상황이 각 사마다 다르고 내부 포트폴리오가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여력이 있는 카드‧캐피탈사에서 좋은 방안을 제안해주면 당국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조달금리가 다시 오르는 등 업황이 악화되고 있어 부담은 크지만, 상생금융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나름대로 연소득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