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한국선급 이형철 호(號), 글로벌 7위 선급업체된 비결 알고보니...
한국 조선·해운업계 '숨은 공로자' 역할 톡톡
정부대행 검사권·등록선박 규모에서 초고속성장
환경규제 EEXI·CII 준수 여부 돕는 전용 솔루션 공급
친환경선박 및 신선종 검증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신기술 검증 및 각종 제도적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선급(KR) (대표 이형철·사진)이 글로벌 7위 선급으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조선·해운업계 뿌리를 단단히 지탱한다. 선급은 일반적으로 조선업체가 선박·해양구조물을 만들 때 관련 규정에 따라 건조되고 있는 지 여부를 관리, 감독, 감리, 인증을 수행하는 업체다.
한국선급이 글로벌 7위 선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1963년 출범 후 60년간 조선·해운 분야에서 정부를 대신해 각종 검사업무를 맡아오며 전문 인증기관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선급은 정부대행 검사권과 등록선박 규모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정부대행 검사권은 선박이 출항을 앞두고 각종 안전검사와 규제 사항 등을 정부를 대신해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선박이 선급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선박을 선급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등록선박이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한국선급이 1988년 국제선급협회(IACS)에 가입해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한 점도 글로벌 7대 선급업체가 되는 데 도움을 줬다. IACS는 미국선급 ABS, 프랑스선급 BV, 독일노르웨이선급 DNV-GL, 영국선급 LR, 일본선급 NK, 이탈리아선급 RINA 등 6개 선급이 1968년 창립한 기관이며 한국선급이 나중에 편입됐다.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여러 해운업체를 대상으로 각종 법규 등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는 한국선급은 최근 몇 년간 해상풍력발전단지 관련 업무, 자율운항기술 업무까지 맡는 등 사업 영토를 더 넓히고 있다.
한국선급은 197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만 정부대행 검사권을 수행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그 후 1990년에는 5개국, 2020년에는 79개국에서 정부대행 검사권을 실시하는 등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뽐내고 있다.
또한 1970년 한국선급에 등록된 선박은 400척(70만t 규모)에 불과했지만 1990년 2300척(1000만t), 2020년 3000척(7000만t 등 한국선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선박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선급이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조선·해운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에게 '맞춤형' 첨단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즉 선사들이 여러 환경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솔루션을 꾸준히 제공해왔고 조선사들이 첨단 기술력을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선급은 올해부터 시행하는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및 탄소집약도지수(CII) 준수를 지원하기 위해 선사들에게 자체 솔루션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조선사들이 새 선박을 빠르게 건조·인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갖췄다.
한국선급의 이와 같은 '맞춤형' 서비스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선급의 최근 매출을 살펴보면 △2019년 1282억원 △2020년 1418억원 △2021년 1332억원 △2022년 1512억원 등 해마다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선급 매출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조선·해운업계에서 한국선급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 선사 환경규제 준수 돕기 위해 전용 프로그램 제공
올해 해운업계의 최대 화두는 EEXI와 CII 준수 여부다.
EEXI는 화물 1t을 1마일(1.6km)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기관 출력, 중량t수 등 선박 제원을 활용해 계산하고 지수화한 값이다.
이에 따라 2023년 운항하는 선박은 기존에 운항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효율을 평균 20% 개선해야 하며 2025년 이후에는 30%까지 높여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못한 선박은 즉각 퇴출된다.
CII는 선박이 1년 간 운항정보를 바탕으로 탄소 감축률을 평가받고 이를 토대로 A등급(매우 우수)부터 E등급(열위)까지 총 5개 등급 가운데 하나를 받는 것을 뜻한다. 2023년 처음 시행된 이 제도는 2024년부터 전세계에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적용된다. 만약 선박이 D등급 또는 E등급을 3년 연속 받으면 선박 운항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같이 문제를 돕기 위해 한국선급은 2021년 4월 EEXI & CII 환경규제 지원 프로그램 ‘KR-기어스 EEXI, CII 기술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선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전 테스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신 규정에 따라 현재 선박 상태를 점검하고 엔진출력 제한 및 선속 감소가 얼마만큼 필요한 지를 선사에게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면 선사는 감소된 선박 속도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으며 별도의 에너지 절감장치가 필요한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선급은 선사가 최적의 운항 속도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도 펼친다.
한국선급은 또 2021년 6월 10~17일 열린 IMO(국제해사기구) 76차 회의에서 언급된 EEXI 가이드라인 수치를 반영한 EEXI·CII 관련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해 선사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시장 공략 돕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
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 및 신선종(새로운 선박 종류) 추세는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수년간 다량의 메탄올 추진선을 수주해 새로운 친환경 선박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삼성중공업은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을 개발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신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안정성을 인정받고 상용화 되려면 선급 지원이 필수다.
이에 따라 한국선급은 메탄올 추진선에 대한 기술력을 습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선박에 개념승인(AIP)을 줬다. AIP를 획득했다는 것은 한국조선해양 선박이 설계 안정성, 기능 적합성 측면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또한 한국선급으로부터 AIP를 받았다.
이 선박에는 고압을 유지하기 위해 IMO 타입 독립형-C 화물탱크가 적용됐으며 저온에 노출되는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충분한 강도와 내구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저온용 재료를 사용했다.
게다가 일반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에 비해 밀도가 높은 특성을 지닌 액화이산화탄소는 화물창, 화물탱크, 하부 지지구조에 대한 안정성 점검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선급은 이러한 점에도 기술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선급의 AIP를 획득한 선박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성능이나 법규 차원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라며 "이미 세계 최정상에 있는 조선업체로서는 최신 AIP까지 갖춰 경쟁업체와의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력)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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