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2분기 日주식 매수 건수 '2만건' 돌파…'사상 최초'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올해 2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가 2만건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800원대까지 내려선 엔·원 환율과 33년래 최고가를 달성한 니케이225 등 일본 증시가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급격한 단기 상승에 따른 조정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들어 전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2만714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만5585건) 대비 32.9% 늘어난 수준으로, 2011년 해당 데이터가 집계된 이후 최대치다.
특히 매수 건수는 지난달에는 월간 7757건을 기록하며 올해 1~4월 평균인 5625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달도 거래일 기준 3분의 1이 넘게 남은 상황에서 7470건에 달해 지난달의 기록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전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금액은 약 32억1978만달러(약 4조1400억원) 규모로 집계되며 원화 기준 4조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말(26억1109만달러)보다 23% 넘게 증가했다.
보관금액 역시 해당 데이터가 집계된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종전 기록은 2021년 11월 기록한 30억4758만달러다.
지난 1분기 일본 주식을 순매도하던 국내 투자자들은 2분기 들어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49만5797달러 수준이던 순매수는 지난달 70배에 가까운 3441만7212달러까지 급증했다. 이달도 3347만8206달러 수준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주식 매수·매도 금액은 지난달 기준 3억2554만달러로 올해 4월(1억7351만달러)에 비해 1.8배 이상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전일까지 2억7692만달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미국채 20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다. 해당 종목은 지난 1일부터 전일까지 총 1623만6452달러어치가 순매수됐다.
이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가 520만1750달러로 2위를 기록했고, 일본의 소니그룹도 456만4331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처럼 한국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수가 늘어난 것은 엔저 현상으로 인해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을 일본 증시에서 '원정 매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일 장중 원·엔 환율이 장 초반 89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최근 엔저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엔저 수혜를 노리고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에서 엔화에 직접 투자가 가능한 상품으로 'TIGER일본엔선물ETF'가 있는데, 이는 원·엔 환율을 기초로 하는 '엔선물 지수'를 추종한다. 엔화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지난 한 달 간 해당 ETF는 개인 순매수 규모 100억원을 돌파했다.
또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한국 투자자들의 자금 유인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니케이225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으며, 지난 16일에는 33,772.76까지 올라 33년래 최고치를 달성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도 30%를 넘겼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일본 증시가 강한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30년의 디플레이션을 겪는 동안 낮아진 비용구조는 투자를 유치하기에 매력적인 요소가 됐다"며 "30년간 사회가 정체하면서 모든 부문에서의 가격이 내려갔는데,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력이 있는 국가가 비용마저 낮아지면 이기기 어려운 법"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 증시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으니, 이제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지 지켜봐야 할 때"라며 "경제가 회복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데 일본은행(BOJ)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된다면 증시든 부동산이든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이어진 가파른 상승세가 단기적인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식은 버블 붕괴 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기 쉽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달 들어서는 주가지수 선물에 대한 돌발적인 매도세가 확대되는 장면이 여러차례 확인됐다"며 "단기 급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하지만, 일본 주식에 대한 중장기 롱 스탠스는 유지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