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유물 재택근무 폐지하는 일본 기업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세계 각국이 코로나 엔데믹을 선언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 역시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출근으로 빠르게 업무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닛세이 기초연구소와 크로스 로케이션즈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도쿄 도심의 사무실 출근비율은 마스크 착용이 완화된 올해 3월에 70%를 돌파하였는데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직전인 2020년 1월과 2월의 요일별 평균치를 100이라고 보았을 때 2021년에는 매달 40~50% 사이를 오고갔고 2022년 들어 60%대까지 상승하였는데 일본 정부가 지난 달 8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계절성 독감과 동급인 감염증 5단계로 분류함에 따라 사무실 출근을 재촉하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예로 일본의 대형 화학회사인 레조낙(レゾナック)은 6월부터 진행되는 본사 이전에 맞춰 사무실 공간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전체 종업원의 40% 정도만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을 갖추고 있지만 전원 대면근무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업무공간 확보를 통해 빠른 의사소통과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 레조낙 측의 계획이다.
인터넷 광고사업 등을 전개 중인 GMO 인터넷그룹 역시 코로나 때 도입한 주 3일 출근제도를 폐지하고 전일 출근제로 돌아섰다. ‘모든 종업원이 얼굴을 마주하고 근무함으로써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사측의 방침인데 재택근무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던 IT기업의 사무실 출근 선언으로 관련 업계에 불러올 파장이 주목된다.
기업들의 연이은 재택근무 종료 선언에 대해 닛세이 기초연구소는 ‘일본인은 특히나 분위기를 살피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면근무를 선호하는 편이고 코로나 위험성도 경감되면서 빠른 사무실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퍼슬종합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사무실에 출근할 때의 업무생산성을 100이라고 하면 재택근무 시의 생산성은 89.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생소하던 코로나 초기에 비하면 그나마 6포인트 정도 상승한 결과지만 가뜩이나 인구감소와 생산성 압박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로서는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 하락을 좌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총무 관련 전문잡지인 월간 총무가 올해 2월 전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향후 업무방식에 있어 사무실 출근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작년보다 2.1포인트 늘어난 29.5%를 기록했고 사무실 관련 예산을 더욱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도 20.6%에 달해 오프라인 업무환경 정비에 투자를 재개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음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엔데믹 선언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태세를 이어가려는 대기업들도 적진 않다.
사무실 출근 비율을 현재도 30% 정도로 억제하고 있는 미쓰비시 케미컬그룹(三菱ケミカルグループ)은 재택근무를 하나의 업무방식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을 고수 중이고 마찬가지로 종업원의 80% 가까이가 재택근무 중인 NTT 역시 재택근무 원칙을 수정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 기업은 재택근무를 하나의 장점으로 내세워 우수한 인재들을 선점하겠다는 목적이 강한데 이미 재택근무를 맛본 경력자들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취준생들을 사이에 두고 사무실 출근 기업과 재택근무 기업 간의 인재 쟁탈전으로 발전될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