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시대의 비상대비기업 (5)] 국가대표 건설 종가인 ‘현대건설’, 전시에 국가 주요시설 피해 발생 시 긴급복구 수행
핵심역량 = 군 지휘시설 등 피해 긴급복구 업무 수행
최대강점 = 국가 주요시설 재건에 필요한 자원인 ‘건설자재’ 공급 역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했다. 이제 전쟁은 전 국민과 기업이 참여하는 총력전 개념이 되었고,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이 신냉전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비상대비에 관한 법률’에 의거 비상시 국가동원령에 따라 군수물자 또는 전시 민수물자의 생산이나 용역에 전용되는 기업을 중점관리하고 있다. 총력전 체제 속에서 신냉전이 도래하면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뉴스투데이는 중점관리기업의 국가안보적 역할을 소개하는 ‘신냉전 시대의 비상대비기업’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유영수 비상대비 전문기자] 현재 1년이 넘는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가 주요시설을 공격함으로써 우크라이나는 국가시설인 군 지휘시설, 비행장, 교량, 항만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시설 재건을 위해 유럽연합(EU), 미국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건설 분야 원자재 등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전시 또는 비상시 국가 주요시설 재건에 필요한 자원이 ‘건설자재’이다.
현재 러-우 전쟁으로 전 세계 건설자재 공급 불안정이 심화하면서 우리나라도 전국 현장 곳곳에서 공사 지연 문제가 발생하는 등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비가 증가하고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 부실공사 등 의도치 않은 변수로 공사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의 여파로도 이러한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얼마나 많은 양의 건설자재가 필요할까?
전시 또는 비상시 건설자재 분야를 얘기할 때 대표적인 기업으로 대다수 비상대비 업무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을 꼽는다. 현대건설은 1947년 ‘현대토건’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70년을 이어오는 동안 국내외에서 수많은 ‘최초’와 ‘최고’의 역사를 만들며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대표 건설 종가’로 자리매김해왔다.
격변기에 설립된 현대건설은 국가경제가 곧 안보라는 일념으로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1947년 5월 현대자동차공업사 건물에 간판을 내걸고 더부살이를 시작한 현대토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광화문의 당시 평화신문사(平和新聞社) 사옥에 세를 내 따로 사무실을 차렸다. 이때까지 현대토건이 보유한 인력은 공업교사 출신의 기술자 한 명과 기능공 10여 명이 전부였다.
서울에만 3000여개가 난립해 있던 다른 토건 회사들에 비해서도 전혀 주목을 받을 수 없는 규모였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현대토건은 설립 첫해인 1947년 한 해 동안 153만圓(圓(원) :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통용된 화폐)의 계약고를 달성했다.
대부분 정주영 사장의 인맥과 수완에 의지해 만들어진 것으로 큰 이익을 내지는 못했지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던 토건 시장에 순조롭게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증명한 실적이었다.
현대건설은 우리나라의 눈부신 성장을 대변하는 기념비적 건설 프로젝트와 함께해왔다. 1976년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는 ‘20세기의 대역사’로 불렸다. 페르시아만의 거센 파도에 맞서 400톤의 재킷(하부구조물)을 한계 오차인 5cm의 범위 내외에서 20m 간격으로 설치하는 것은 당시의 시공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미션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모두의 우려를 불식하고 성공시켰다.
1985년에 개통한 말레이시아 ‘페낭대교’는 길이 13.5km, 폭 19.5m의 4차선 교량으로 당시 아시아 최장이자,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다리였다. 현대건설은 ‘페낭대교’의 압도적 규모와 함께 기술 장벽을 뛰어넘었다. 당시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던 콘크리트 사장교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또한, 이란의 초대형 가스처리시설인 ‘사우스파 가스전’은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최단기간인 35개월 만에 완공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불거진 유동성 위기는 승승장구를 거듭해온 현대건설을 워크아웃의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5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최고 건설사로 복귀했으며,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 합류한 이후 내실 있는 경영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했다.
현재 윤영준 대표이사는 현대건설에서만 36년 일한 정통 ‘건설맨’으로 풍부한 공사관리 경험을 갖춘 현장 중심의 주택사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현대건설은 1975년 중점관리대상업체로 지정돼 전시 또는 비상 시 국가동원령에 따라 우리나라 주요시설인 군 지휘시설 등 피해 발생 시 긴급복구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군사작전 지원은 물론 국가 경제 유지 및 국민 생활 안정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시 지원 임무를 위해 ‘비상대비에 관한 법률’에 의거 선발된 비상계획관이 보직돼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이다. 비상계획관은 전시에는 업체의 장을 보좌해 비상 및 재난대비 교육과 훈련에 관한 사항, 직장민방위 및 예비군업무의 협조·조정에 관한 사항, 직장 방호 및 보안업무에 관한 사항, 비축물자 및 동원물자에 관한 업무 등을 수행한다.
평시에도 비상대비 연습계획을 수립·발전시키는 기업 ▶ 긴급복구 실시계획서를 작성해 복구책임기관인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고 있다. 회사 공사현장에도 긴급복구대를 편성하고 있다.
정부 을지연습 간 국가의 주요시설물 피해 발생 시 긴급복구 임무 수행 ▶을지연습 간 전시상황실을 구성하고 전시 매뉴얼에 따라 임무 수행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긴급복구 임무 지시에 따라 상황판단, 임무부여, 이동지휘 및 공사진도를 확인하고, 개인임무 수행 도표를 활용해 개인 임무를 숙달시키고 있다.
통합복구능력 향상을 위한 주기적인 동원시행 태세 점검 ▶ 민·관·군 통합복구능력 향상을 위해 군부대, 지자체 실무자, 회사 복구대원이 참석하는 전술토의를 통해 피해복구 방법, 기술인력 및 장비 운용, 복구 관련 의견수렴 등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평시를 대비해 주기적으로 소방훈련 실시 ▶ 매년 소방서와 합동으로 소방훈련 및 전직원 화재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 내 ‘심폐소생술 체험실’을 구비해 전 사원이 50명 단위로 실제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고 있다.
전시 대비 직장 민방위대를 효율적이고 내실 있게 운영 ▶ 직장 민방위대를 편성해 자체적인 방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민방위 훈련을 통해 적기 공습, 핵·화생방 공격, 기타 자연 및 사회재난에 대한 방호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포괄안보 개념에 입각한 재난 대응훈련 실행 ▶ 회사 차원의 비상상황 대응능력뿐 아니라 개인 차원의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자체적으로 ‘안전체험관’을 운용하며, 사무실 및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수준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가산업을 넘어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건설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과 품질의식, 성실한 사업수행의 과정에서 얻은 시장의 신뢰와 우수한 인적자원, 선도적 건설 및 연구개발(R&D) 성과 등은 현대건설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현대건설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며 2016년 다시 한번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한 해 동안 거둔 영업이익이 1조 527억원으로 이는 건설업계 최초의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라는 신기원을 이룬 것이었다. 특히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이 기업의 질적 성장뿐 아니라 규모 등 양적 확대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냈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날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중동 중심 전략에서 과감히 탈피, 중남미·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등 신흥시장에 집중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고부가가치 공사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에 치중했고, 신흥시장에서는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대건설의 이러한 시도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건설업계의 지형을 크게 변화시켰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2017년 현대건설은 SMART 경영의 화두를 새롭게 꺼내 들었다. SMART의 다섯 철자는 경영환경 급변에 따른 속도감 있는 대응(Speed),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과학적 리스크 관리(Measurable), 달성 가능한 목표의 설정(Attainable), 현실화(Realize), 불변의 안전 가치 실현(Timeless)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새로운 추진력을 장착하고 그동안 달성한 변화와 발전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에서 전쟁의 폐허 위에 도로를 닦고 끊어진 다리를 연결하며 건물을 올렸다. 또한, 빈곤하고 궁핍했던 시대에 오일달러를 벌어들여 국가 재정에 보탰고, 국토 개발의 최선두에서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었다.
성장연대의 일등 주역으로 국가위기 때마다 국가 주요시설물 피해 시 긴급복구 업무를 수행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대표 건설 종가’이자 글로벌 건설 리더로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영수 프로필 ▶ 한국안보협업연구소 비상관리연구센터장, 前 육군보병대대장, 前 오뚜기라면 비상계획관, 前 보건복지부 비상계획관협회 총무국장, 前 식약처 비상계획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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