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IFRS17 도입 후 첫 실적발표…삼성생명, '생보 1위' 지켜
삼성생명 1분기 순익 1조6279억원…전년 동기 比 53.3% 증가
교보생명, 순익 58.5% 증가 '순항'…한화생명은 17.3% 감소
각 사마다 CSM 산출 위한 계리적 가정 달라 '신뢰성 한계' 지적
당국 가이드라인 마련 나서 '실적 수정' 변수 존재…업계 '긴장'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본격 도입된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이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삼성생명은 가장 큰 당기순이익 규모를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17일 대형 생보사 3곳(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이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1조6297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1조631억원과 비교해 53.3%(5666억원) 증가한 수치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70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규모 7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2684억원과 비교해 163.3%(4384억원)나 증가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실적 개선은 지난해 1분기 주가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손실 확대의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분기 변액보증손익이 1770억원 손실을 보이면서 전년 동기 360억원 이익 대비 적자로 전환한 바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1분기 실적에서는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이 적용된 영향도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올해 1분기 50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3157억원과 비교해 58.5%(1846억원) 증가한 규모다.
교보생명의 순익 개선 배경으로는 계약서비스마진(CSM) 증가가 꼽힌다. CSM은 미래 예상이익을 계약 전 기간에 걸쳐 상각해 이익으로 반영한다. 교보생명의 1분기 CSM 규모는 5조997억원으로 전년 말 4조7493억원 대비 7.50%(3504억원)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축소에 따른 자산운용이익률 상승,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금융상품 평가 이익 증가도 순익 상승 이유로 지목된다. 교보생명의 1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5.63%이며, 운용자산 규모는 90조7000억원 수준이다.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74%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IFRS17을 적용한 1분기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356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3% 감소한 수치다. 다만 기존제도(IFRS4) 기준 전년 동기 당기순이익 509억원과 비교하면 601.6% 증가한 수준이다.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4635억원이다.
한화생명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보장‧연금상품 판매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8.2% 증가한 1조836억원이다. 또 일반보장성 상품 판매와 종신보험 매출 확대에 따라 보장성 APE도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한 385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1분기 말 기준 보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신계약 CSM이 성장함에 따라 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7조8000억원과 비교해 23.7% 증가한 규모다.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일반보장, 종신 등 매출 호조에 따라 5716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같은 시기 4135억원 대비 38.2% 증가한 것이다.
보험사들이 IFRS17을 적용한 1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CSM 산출을 위한 가정이 각 사마다 달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에서 중요한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CSM은 손해율, 해약률 등 계리적 가정을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 때문에 각 사별로 적용하는 가정이 다르고,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11일 국내 23개 보험사 CFO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기초 가정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것을 당부하고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보험업계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이를 반영해 1분기 실적을 수정할 예정이다. 때문에 업계의 지각변동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리적 가정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IFRS17 도입 이후 첫 실적 발표를 두고 혼란이 가중되는 것 같다"면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각 사의 실적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1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현재 발표된 실적과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실적 반영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계에서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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