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1분기 실적 삼성화재 1위 수성…메리츠화재, DB손보 맹추격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된 첫 성적표를 공개하는 가운데 삼성화재가 손보업계 1위를 수성했다. IFRS17하에서 중요한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올 1분기 역대 최고 규모인 613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5259억원과 비교해 16.7% 증가한 수치다. 보험영업과 투자실적도 개선됐다. 삼성화재의 1분기 세전이익 8593억원 중 보험손익은 6148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8% 증가한 것이다. 1분기 투자손익은 2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했다.
삼성화재의 실적 개선은 업계 최고 수준의 CSM을 확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화재의 1분기 말 기준 CSM은 12조350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12조2013억원과 비교해 1488억원 확대된 수치다. CSM은 보험계약체결 시 미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보여주는 것으로, IFRS17에서 중요한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삼성화재는 경쟁력을 신상품을 출시하고 세만기, 무해지 등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 중심의 판매전략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월평균 보험료와 환산배수를 개선하고 1분기 신계약 CSM 6783억원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은 1분기 40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보였다. DB손보는 IFRS17 전환에 따라 손보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전년 동기 4830억원 대비 16%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2% 감소해 5332억원을 나타냈다.
DB손보의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는 상해, 2대 진단비(뇌, 심장), 호흡기질환 등 장기보험 손해액 증가와 고금리에 따른 미래현금흐름(BEL) 이자부리 증가로 인한 보험금융비용 증가 등이 꼽힌다.
다만 DB손보는 12조1000억원의 1분기 CSM 총액 규모를 보이며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을 보였다. 이는 전년말과 비교해 2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삼성화재의 차이도 2500억원에 불과해 역전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대해상은 1분기 33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것이다. 매출은 같은 기간 17.4% 증가한 4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9.5% 감소한 443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의 실적 감소는 일반, 장기, 자동차보험이 모두 수익성 악화를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반보험에서 일부 고액사고사건과 호흡기질환 확산으로 실손 손해액이 확대됐고, 자동차보험도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과 함께 사고율이 증가하면서 손해액이 늘었다.
KB손해보험 역시 IFRS17 도입으로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KB손보의 1분기 순이익은 253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5.7% 증가했다. 전년 말 대비 CSM 증가폭도 2450억원으로 손보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KB손보는 장기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CSM 성장세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 404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말 대비 24.5% 성장했다. 이는 5대 손보사 가운데 가장 큰 성장률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1% 증가한 5546억원, 매출은 17.7% 오른 2조730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업계 2위인 DB손보와 불과 13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1분기 실적에 대해 "가치성장 중심의 경영방침으로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가 매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손보업계의 순위변동이 점쳐지기도 한다. DB손보와의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2분기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IFRS17을 적용할 경우 각 사마다 가정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회계제도(IFRS4)에서는 가정의 영역이 간섭할 부분이 적어 보험사간 비교가 용이했지만, IFRS17에서는 각 사마다 가정을 다르게 적용해 회사 간 비교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초기 사업비 부담이 감소하면서 신계약 경쟁이 격화된 점도 1분기 이익에 대한 신뢰성을 저해한다"며 "IFRS17 이후의 수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정을 거쳐야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각 사마다 CSM을 산정하는 가정이 달라 비교가 어려운 면이 있어 당국에서도 가이드라인에 나선 상황"이라며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직접적인 비교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