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호실적에도 '울상'…CFD·PF '먹구름'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 일제히 흑자
한투·키움證도 나란히 '호실적' 거둬
CFD '발목'…거래 잔액 2.8조원 수준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은 '10.4%'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연초 증시 호황 등에 힘입어 지난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증권가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차액결제거래(CFD) 등 여러 사업 부문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의 골칫거리로 부각된 부동산PF 연체율은 두 자릿수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나며 부실 불안감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증권가, 연이은 호실적 행진…'돌아온 개미' 주효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우리금융 제외) 계열 증권사들은 일제히 흑자를 거뒀다. 전 분기 NH투자증권을 제외하고 일제히 적자를 본 것과 비교하면 준수한 실적이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14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났으며,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흑자 전환한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지난 1분기 각각 순이익 1194억원과 834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보다 흑자 전환했다.
NH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84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80%와 166% 증가해 해당 증권사들 중 가장 큰 이익 증가폭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어난 251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금융지주도 흑자 전환을 기록함과 동시에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를 기록했다.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323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으며,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 2344억원을 22% 넘게 웃돌았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같은 기간 360% 폭증한 3012억원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과 하이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비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도 대형·중소형 가릴 것 없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292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2.4% 상승한 3889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이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나란히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현대차증권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812%와 1297% 급증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호실적은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수수료 수익 증가다. 올해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해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7조원에 못 미치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지난 3월 기준 약 8조9000억원 수준으로 28% 넘게 올랐다. 게다가 코스닥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약 6조2000억원에서 12조7000억원 규모로 두 배를 넘겼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위탁매매 및 이자수익 부문 이익이 개선되고 국내외 시장금리 안정화에 따른 증권사 상품운용관련 손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산관리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액 증가로 인한 관련 이익 증가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SG證 사태 후 'CFD'에 발목…거래 잔액 2.8조
하지만 지난달 국내 증시에 소시에테제너럴(SG)증권발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이후 주범으로 지목된 CFD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증권사 실적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CF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 잔액은 2조7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2조3254억원보다 4443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사별로는 교보증권이 6180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증권사 CFD 잔액의 약 27% 수준이다. 키움증권이 5576억원으로 교보증권의 바로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증권 3503억원 △메리츠증권 3446억원 △하나증권 3400억원 등의 순으로 많은 CFD 잔액을 기록했다.
CFD는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활용해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하고 차액을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말한다. 각 증권사별로 설정한 최소 증거금만 납입해도 거래할 수 있어 높은 레버리지(최대 2.5배) 거래가 가능하고,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 양도소득세나 지분공시 의무 등의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문제는 최근 발생한 하한가 사태처럼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우선 CFD를 활용한 투자자가 증거금을 추가로 채우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먼저 결제를 마친 뒤 투자자에게 이를 회수하는데, 투자자들이 손실을 정산하지 못하게 되면 미수채권이 발생해 증권사들이 손실 부담을 떠안게 돼서다.
이에 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CFD 계좌 개설을 중단하거나 거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키움증권과 교보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은 CFD 계좌 개설을 차단했다. 하나증권도 CFD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했으며 KB증권은 1인당 거래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CFD 증거금 최소 비율을 소폭 상향하거나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별 반대매매에 따른 미수금 규모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나, 시장에서는 리테일 비중이 큰 증권사들의 손실 리스크가 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리테일 부문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경우 신용거래를 이용해 이번 주가 폭락 종목에 투자한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들 중 두 번째로 많은 CFD 잔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전일 종목 보고서를 통해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13만7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단,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CFD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키움증권 또한 미수채권이 발생하고 충당금 전입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며 "담보 대상 주식들의 주가 변동성이 크고, 발생 미수채권 회수 절차 등이 남아있어 정확한 손실 규모를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2분기 실적 추정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며 "다만 키움증권의 1분기 깜짝 실적이 다른 대형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 부동산PF 연체율 10%대…"중소형사 주의해야"
CFD에 이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업권별 부동산PF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말 연체율(3.7%)과 비교해 1년 만에 거의 3배가 늘어난 셈이다. 직전 분기인 2022년 9월말(8.2%)과 비교해도 2.2%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20년 5조2107억원에서 2021년 4조5544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9월말과 12월말 각각 4조4601억원과 4조4866억원 등을 기록하며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연체 잔액은 2021년 1690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3638억원, 12월말 4657억원으로 각각 집계되며 빠르게 불어났다.
특히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이 증권사 부동산 PF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말 14.8%(663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5.7%(2591억원) 대비 7.3%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며, 직전 분기(10.9%)보다도 3.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금리는 지난해 9월말 8.3%까지 올랐다가 12월말 7.1%로 내렸다. 하지만 변동금리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5.6%에서 7.4%로 인상되며 정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부동산 PF를 두고 특히 중소형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중에서도 본 PF로 넘어가기 전 특정 목적을 위해 단기간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차입금의 종류 중 하나인 '브릿지론' 비중이 대형사보다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브릿지론 변제순위 가운데 후순위 비중이 50%를 넘긴 것으로 확인된다.
유안타증권이 신용평가사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말과 12월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소형사 브릿지론 변제순위 중 후순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51.7%로 집계됐다. 중순위를 합칠 경우 71.6%에 달한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릿지론의 본 PF 전환 실패 등 부동산금융에서의 건전성 저하가 진행되며 작년 하반기부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요주의이하자산이 빠르게 증가 중”이라며 “충당금 부담 확대에 따라 수익성 및 자본완충력 저하로 인한 사업 안정성 약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