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코스피 2,600선 시도에...관심 커진 '초대형IB' 진출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 완연한 봄기운이 돌며 코스피가 2,600선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초대형투자은행(IB) 진출에 재차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증시 부진 여파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6번째 초대형IB 주인공 자리를 미뤘다가, 올 들어 증시가 온기를 찾자 IB 강화 등 수익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500선과 900선을 돌파했다. 최근 갑작스러운 미국 은행 부도 사태에 뒤숭숭했던 우리 증시가 시장 우려를 탈피한 셈이다.
특히 코스피의 경우 전일(17일) 전장 대비 4.42포인트(0.17%) 오른 2,575.9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단기 저점(3월14일)을 기준으로 10% 가까이 상승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주식시장 전망을 통해 상승 우위 시장 환경을 예상했으나 제시한 지수 밴드 상단(2,550선)을 상향 돌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강세 원인은 당초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긴축 속도 조절, 미국 은행 도산 사태 마무리와 낮은 경기 영향력, 하반기 제조업 경기 개선 기대감”을 꼽았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은 최근 인기인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시선을 돌렸다. 은행권의 파킹통장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던 증권사 발행어음형 CMA로 돈이 몰려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증권사 CMA 계좌 잔액은 65조5269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58조1351억원 대비 12.7%(7조3918억원) 증가다. 이중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12조960억원에서 23조4690억원으로 무려 94.0% 불어났다.
발행어음은 자금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이다. 발행어음형 CMA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만 발행이 가능하다. 증권사들이 초대형IB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초대형IB로 지정된 곳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 5곳이고, 국내에서 발행어음형 CMA 발행이 허가된 곳은 삼성증권을 뺀 나머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4곳이다.
초대형IB에 지정된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어서 자금조달이 용이하다. 또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고금리 채권·기업 대출·부동산 금융 등에 투자해 수익 다각화도 가능하다.
증권업계에서 자기자본 규모가 늘면서 초대형IB(투자은행) 인가 조건을 갖춘 후속 주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별도기준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 추가로 초대형IB 지정을 받을 수 있는 증권사는 하나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메리츠증권 등 4곳이다.
먼저 하나증권은 초대형IB 인가 요건을 달성한 지 이미 3년이 지났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이 5조84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2017년에 나란히 초대형IB 지정을 받은 지 6년 만에 여섯번째 초대형IB 후보군으로 하나증권이 떠올랐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초대형IB 지정을 위해 신청을 마친 뒤 금융당국의 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역시 연내 초대형IB 인가를 목표로 도전장을 낸다. 키움증권은 이미 지난해 5월 전략기획본부 내 초대형IB 전담조직인 종합금융팀을 신설한 바 있다.
키움증권은 기자와 통화에서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올 2분기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현재까지 계획된 바 없으며 내부적으로 추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증권사들이 초대형IB 사업을 하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듯 보여 요건만 된다면 초대형IB 인가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노려볼 만하다”며 “특히 인가 주목적은 발행어음에 있는 만큼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통해 기업금융 분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